많은 경제학자들이 국부(國富)의 원천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학자와 학파에 따라 주의, 주장이 다르지만 공통된 고민은 ‘어떻게 하면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였다. 수명이 다한 주의,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논쟁은 자본주의 압승으로 끝났다. 사회주의는 1980년대 소련의 몰락과 함께 ‘작동불능’으로 결론났다.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 이후 사회주의는 국가를 가난하게 하는 죽은 이념이 됐다. ‘국부의 원천’을 학자와 학파별로 살펴보자.

#중상주의·중농주의

[Cover Story] 중상·중농·고전·신고전학파·케인즈·하이에크…경제학으로 본 '부국(富國)의 길'
중상주의(Mercantilism)는 15세기 이후 국가가 강력하게 대두되면서 등장했다. 한 나라가 부국강병하는 길은 중상주의에 있다고 봤다. 중상주의의 상(商)은 바로 무역이다. 적게 수입하고 많이 수출해 무역 차액을 늘리면 잘 산다는 단순구조다. 이 맥락에서 바로 보호무역주의가 나왔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식민지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마다하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마음껏 사업하고 일해 자기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죄악이 아니다’는 신교의 도덕관도 한몫했다. 콜레르, 토마스 먼, 윌리엄 페티, 존 로크, 리차드 칸디옹, 데이비드 흄, 장 보댕은 자유무역론, 조세이론, 화폐이론, 정부론 등의 이론으로 시대를 지원했다.

중농주의(Physiocracy)는 중상주의에 대한 반동현상으로 등장했다. 각국이 보호무역에 치중하자 곳곳에서 국부가 줄어드는 경제침체가 나타났다. 프랑스에서 특히 심했다. 프랑스 경제는 중상주의자 콜베르의 경제정책에 따라 수입을 막고, 수출을 장려하고, 제조업을 육성했다. 프랑스만 생산할 수 있거나 절대우위에 있는 물자를 수출할 때 높은 관세를 매겼다. 비옥한 땅에서 생산되는 프랑스 곡물이 대표적인 물자였다. 수출곡물에 높은 관세를 물리면 상대국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자국 곡물가격은 안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수출가격이 높아지자 수출이 줄었다. 프랑스 경제의 90%를 지탱하고 있던 농업이 피폐해지자 케네 등은 국부를 증대시키기 위해선 자연질서에 순응하는 경제정책을 세우고 인위적인 간섭과 제약조건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농주의 이후에 나올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와 차이가 없는 논리다. 중농주의는 단지 농업 제일주의식 경제분석이었고, 자유방임주의는 공업과 분업을 강조한 분석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고전학파 vs 신고전학파

중농주의에 이어 고전학파가 나온다. 애덤 스미스, 토마스 맬서스, 데이비드 리카도, 세이, 존 스튜어트 밀 등이 있다. 시기는 1790~1870년대를 아우른다. 고전학파는 애덤 스미스 한 사람의 이론이 아니다. 사실 스미스의 국부론은 새로운 이론이 아니었다. 이전 선배학자들의 이론을 종합하고 수용한 결과였다.

고전학파는 공업, 분업, 생산, 작은 정부(Less Government), 자유경쟁, 시장, 자유무역, 비교우위 등을 부강의 비결로 제시했다. ‘사익(이기심)이 공익을 낳는다’는 생각도 이때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고전학파는 노동가치설을 따랐다. 재화의 가격은 투입된 노동량에 비례한다는 것이 고전학파의 생각이었다. 애덤 스미스는 교환가치와 사용가치를 구분하긴 했으나 왜 차이가 나는지를 설명하지 못했다. ‘물처럼 사용가치가 큰 재화는 왜 교환가치가 작고, 사용가치가 없는 다이아몬드는 왜 교환가치가 큰가’를 ‘스미스의 모순’이라고 한다.

신고전학파는 자유방임 등을 주장한 고전학파에 1870년대 멩거, 제본스, 월라스가 세운 한계효용이론을 핵심으로 가미한 부류다. 효용혁명은 노동가치설을 깨뜨렸다.

가치와 가격은 투입된 노동량이 아니라 주관적인 효용에 따라 정해진다는 이론이다. 이로 인해 ‘스미스의 모순’도 깔끔하게 설명됐다. 노동가치설을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 공산사상도 이론적으로 타도됐다. 알프레드 마샬이 대표학자다.

#케인즈 vs. 하이에크

케인즈와 하이에크는 정부의 역할과 시장개입을 두고 격하게 논쟁했다. 각자를 따르는 수많은 ‘사도’들도 그랬다. 케인즈는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재정, 금융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 봤다. 유효수요가 부족할 때 불경기와 불황이 나타나기 때문에 정부가 화폐공급량을 늘리거나 정부사업을 벌여 유효수요를 늘릴 것을 주문한다.

자유방임주의처럼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자율 인하를 통한 투자활성화 같은 처방은 단기적인 효과를 낸다.

여기에 반기를 든 인물이 하이에크다. 그는 정부가 개입하면 할수록 시장의 자생적 회복이 더뎌지고 왜곡된다고 공격했다. 정부가 커지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늘어나고 인플레이션이 악화해 경제가 더욱 망가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자생적 질서인 시장과 혁신, 경쟁이 자유롭게 작동하도록 한다면 정부의 역할은 크게 필요 없다고 본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