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로지스틱스, 기아자동차 물류사업 따냈다
한솔그룹 물류계열사인 한솔로지스틱스가 내년 5월 완공 예정인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물류사업을 수주했다. 한솔이 삼성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다른 국내 대기업의 국제 물류를 대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솔로지스틱스는 최근 해외물류 확대 등을 통해 2020년까지 매출을 3900여억원에서 1조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북미 완성차 물류로 확대”

물류업계 관계자는 30일 “한솔로지스틱스가 멕시코 몬테레이 지역에서 기아차 공장을 짓기 위한 생산설비 물류대행을 최근 시작했다”며 “공장이 완공되면 국내에서 반제품을 운반하는 업무도 맡게 된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 공장이 건립되면 국내에서 부품을 가져다 현지에서 조립하는 반조립제품(CKD) 방식으로 K3 승용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 공장의 생산 규모는 연 30만대로 알려져 있다.

한솔은 공장 건설에 필요한 설비와 국내에서 멕시코로 가는 부품뿐 아니라 현지에서 차량을 생산하면 이를 북미지역으로 운반하는 물류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솔은 기아차 물류대행을 통해 매년 수백억원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한솔로지스틱스의 기아차 물류사업은 현대기아차그룹 물류회사인 글로비스와의 협력을 통해 진행된다.

한솔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글로벌 업체와 국내 대기업 물류대행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민병규 한솔로지스틱스 대표는 “적극적인 영업을 통해 현재 1000억원 수준인 국내 대기업 물류대행 매출을 5년 내 38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CJ GLS 재직 시절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미지역의 물류 매출을 대폭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CJ GLS 대표를 지내며 중국 시장 확대 등을 통해 매출을 1조원대로 끌어올렸다.

◆멕시코를 해외물류 거점으로

한솔은 해외물류사업을 위해 멕시코를 거점으로 삼기로 하고 지난 7월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곳에 핵심 인력을 대거 파견해 물류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기아차 공장이 건설되고 있는 몬테레이는 LG전자, 레노버, 파나소닉 등이 들어서 있는 멕시코 제조업 중심 지역이다. 한솔은 기아차 물류사업을 성공적으로 대행하면 이 지역 기업들로부터 많은 수주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 대표는 “한솔로지스틱스는 그동안 삼성의 전자부품과 의류 해외물류 대행을 통해 신뢰도를 쌓았다”며 “여기에 기아차 물류사업을 통해 경험이 축적되면 더 많은 기업 물류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솔은 멕시코에 진출한 기업들이 대부분 현지 물류기업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멕시코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솔은 이번 기아차 물류대행을 계기로 국내 다른 대기업 물류대행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 대기업은 자체 물류회사를 갖고 있지만 일감몰아주기 제한 등을 피하기 위해 제3의 물류회사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한솔 관계자는 “한솔그룹이 진행 중인 사업은 다른 국내 대기업과 경쟁관계가 별로 없고 그동안 삼성 관계사 물류대행을 성공적으로 한 적이 있기 때문에 3자 물류시장이 확대되면 더 많은 수주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솔로지스틱스는 지난 6월 인적 분할을 통해 투자부문을 한솔홀딩스에 넘기고, CJ에서 영입한 민 대표를 중심으로 2020년까지 매출 1조원을 올리겠다는 회사 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