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의 카드뉴스
뉴스래빗이 만드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 [김현진의 ㅁㅗㅁ짱] 2회.

그 주인공은 사람이 아닙니다. 인터뷰 기사를 꼭 텍스트와 인물 사진 몇장으로 쓰라는 법은 없듯, 사람의 몸만 아름답다는 법은 없죠? 저는 청운중학교에 다니는 자람이 입니다.

제가 보는 세상은 조금 특별합니다. 눈높이 50cm 정도. 시선은 바닥에서 가까워요. 중학생들의 삼선 슬리퍼 사이를 피해다니죠.

다음 수업은 1학년 6반 7교시 국어 시간입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는 이유요?
저 여자, 점자 정보 단말기로 수업 중인 사랑스러운 나의 그녀 때문입니다.

저는 청운중학교 강신혜 선생님(28)의 보디가드입니다. 그녀가 가는 곳은 어디든 제가 있습니다.

제 생일은 2012년 7월 2일. 고향은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입니다.
위탁가정에서 사회화 과정(Puppy Walking) 1년을 마치고 안내견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신혜씨는 선천적 시신경 위축으로 앞을 보지 못합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건 지난해 10월. 그 날 이후부터 전 신혜씨 눈이 되었죠.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와 학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함께 등교하던 날, 얼마나 설레던지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초행길이라 많이도 헤맸죠. 그래도 신혜씨는 "잘했다"며 꼭 안아주었어요. 그 사랑스럽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네요.

우리를 반기는 선생님들과 쉬는 시간이면 쓰다듬어주던 친구들이 기억납니다.

저는 애완견이 아닙니다. 안내견 입니다. 인간도 잘 하지 못하는 친절과 도움을 건네죠.

국내에 현재 60여마리의 안내견이 시각장애인과 함께 생활합니다. 시각장애인은 자신을 보살피는 안내견을 ㅁㅗㅁ(몸)의 일부로 느낍니다.

(강신혜 교사) "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을 가졌습니다. 자람이를 통해 보는 세상은 깜깜하지도 두렵지도 않습니다."

(자람이) "사람들은 몰라요. 제 눈에만 보이죠. 이건 비밀인데... 신혜씨는 하늘에서 온 천사랍니다."

그리고,

"오해하지마세요!"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냐고요? 저는 즐겁습니다. 24시간 가족들의 사랑을 받아 외롭지도 않아요. 제가 애완견 친구들보다 건강한 이유입니다.

"사진을 찍지마세요!"

그래요. 저 멋있는거 잘 압니다.
요즘 버스를 타면 핸드폰 제 사진을 많이 찍으시더라고요. 저는 소리에 예민해요.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에 신혜씨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참아주세요. 눈으로만 예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자람이의 이야기는 강신혜 교사의 구술을 바탕으로 재구성됐습니다.

# [김현진의 ㅁㅗㅁ짱]이란?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은 상처 투성이에 울퉁불퉁 못생겼습니다. 사람들은 이 발을 '아름답다' 말합니다. 예술적 경지에 오르려 인고의 시간을 버틴 몸의 흉터이자 훈장입니다. 발레리나로 태어난 몸은 없습니다. 피나는 노력으로 발레리나의 몸을 완성하는 것이지요.

[김현진의 ㅁㅗㅁ짱]은 그 세월이자 훈장 같은 '아름다운 몸'를 찾아갑니다.

'뉴스래빗'은 한경닷컴 뉴스랩(Newslab)이 만드는 새로운 뉴스입니다. 토끼(래빗)처럼 독자를 향해 귀 쫑긋 세우겠습니다. '뉴스래빗'의 실험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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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기자, 연구=이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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