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맥주업계 1위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가 2위 사브밀러 인수에 나섰다. 성사되면 세계 맥주시장 점유율 30%, 시가총액 2750억달러(약 323조원)에 이르는 거대 업체가 탄생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16일 “AB인베브가 사브밀러 이사회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사브밀러는 “AB인베브의 인수 의사를 알고 있으며 이사회가 검토한 후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수 희망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FT는 “과거 AB인베브가 사브밀러를 인수하려고 시도했을 때 1220억달러를 제안했다”며 “인수가 성사되면 맥주업계 사상 최대, 올해 성사된 인수합병(M&A) 중에서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B인베브는 벨기에와 브라질 합작사로 버드와이저 코로나 스텔라 등을 생산한다. 세계 시장의 20.8%를 차지하고 있다. 2008년 인베브그룹이 미국 안호이저부시를 520억달러에 인수해 탄생했다. AB인베브는 한국의 오비맥주 지분도 100% 보유하고 있다. 밀러 페로니 등을 생산하는 사브밀러는 점유율이 9.7%다. AB인베브가 사브밀러 인수에 성공하면 합병사 점유율은 30%를 웃돌게 된다. 세계에서 팔리는 맥주 세 병 중 한 병을 만드는 공룡 기업이 생겨난다는 얘기다.

AB인베브의 사브밀러 인수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브밀러가 강점을 가진 신흥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사브밀러는 생산량의 39%를 남미에서, 12%를 아프리카에서 팔고 있다. 맥주업계는 전통적 맥주 소비 지역인 유럽과 북미에서의 소비 정체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인수 타진 소식이 알려지자 영국 런던증시에서 사브밀러 주가는 장중 한때 24% 급등했다. 벨기에 브뤼셀증시에서 AB인베브 주가는 한때 8.5% 상승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