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창립 70주년 기념 간담회
메가시티 공략, '제2의 중국' 될 아시아·중동·중남미도시 공략 박차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 오정민 기자 ] "아모레퍼시픽이 70년 역사의 기업이지만 세계에서는 아직 작은 회사입니다. 과거 '차별화된 제품으로 세계에 진출하겠다'는 발상을 현실화한 지금, 특이(特異·훨씬 뛰어난)한 기업으로 진일보하고 싶습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은 9일 경기도 오산시 가장동 소재 '아모레퍼시픽뷰티사업장'에서 열린 창립 70주년 기념 간담회를 통해 "기업은 성장하는 기업과 쇠퇴하는 기업이 있을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글로벌 메가시티를 중점적으로 공략하겠다는 해외사업 청사진을 공개했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이 해외에서는 새로운 도전자이기 때문에 잘 받아들여주는 환경으로 가야 한다"며 "도시는 개방적이고, 새로운 유행과 혁신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업이익 관점에서 '메가시티 공략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 시장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서 사업을 확장한 후 내년에 중동, 2017년 중남미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국 거시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면 함께 성장하는 화장품 산업의 특성상 현지 전망이 밝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 회장은 "생활소비재기업은 인접시장부터 확장해 가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 화장품 인구가 2억명에 근접했지만 가능인구는 5억명 정도를 바라보고 있어 기존의 중국 사업 확장 전략을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적으로 인접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이미 진출한 국가에서 브랜드력을 강화하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으로 사업 확장을 도모하기로 했다. 중동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높이 보고 있다. 우선 내년에 두바이에 5개 주력 수출 브랜드군을 선보이며 중동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매출 12조원, 해외 매출 비중 50% 이상을 달성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또한 대표적인 '개성상인' 기업가로 손꼽히는 서 회장인 만큼 북한 진출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서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의 모친인 윤독정 여사가 황해도 출신이고, 고향에 대해 늘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북한에) 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성공 제품으로는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제품이 된 '쿠션'을 꼽았다. 쿠션은 자외선차단제가 포함된 액상형 파운데이션을 특수 스펀지에 넣은 색조화장품이다.

그는 "쿠션은 회사 내부에서도 성공하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는데 예상을 뒤엎고 큰 성공을 거두며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꼽힌다"며 "출시 당시 전례가 없는 제품이어서 초도물량의 경우 스펀지에 제품을 흡수하는 작업을 100% 수작업으로 진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 회장이 1987년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에 입사하며 경영에 뛰어든 지도 30년 가까이가 됐다. 그는 1990년대 그룹 대규모 구조조정 당시를 회상하며 기쁨보다 고난의 극복을 강조했다.

그는 "1991년 파업으로 망할 뻔 하는 등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어려움을 잘 극복한 후 아버지이신 서 선대회장이 기뻐한 기억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후계 구도와 관련해서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말을 아꼈지만 '성별에 관계 없는 우수한 경영자 육성'을 언급해 시선을 끌었다. 서 회장은 딸만 둘을 두고 있다.

그는 "성별을 초월해 좋은 경영자층을 두텁게 양성, 경영자들의 그룹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화장품은 업종이 단순하기 때문에 (롯데그룹 사태와 같이) 우려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산=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