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라 담화문을 낸 염재호 고려대 총장(왼쪽)과 사퇴한 신승호 강원대 총장. / 한경 DB
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라 담화문을 낸 염재호 고려대 총장(왼쪽)과 사퇴한 신승호 강원대 총장. / 한경 DB
[ 김봉구 기자 ] 교육부 대학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대학들이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해당 대학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집단 사퇴하는 등 한바탕 후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다. 총장 명의 담화문과 “학생들 피해가 없도록 적극 조치하겠다”는 입장 표명이 잇따라 나왔다.

8일 대학들에 따르면 올해 구조개혁평가 결과 D등급을 받은 학교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정부가 국가장학금 지원이나 학자금 대출을 제한해도 대체 재원을 확보해 신입생에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장 9일 시작되는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앞두고 충격파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 "당혹…참담…"으로 시작된 총장의 담화문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세종캠퍼스가 D등급에 그친 것과 관련, 전날 담화문을 발표해 “이번 결과에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 없다”면서 “납득하기 어렵지만 더 이상 평가 결과를 되돌아보기만 해선 안 된다. 이번 평가를 계기 삼아 새로운 각오와 혁신으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캠퍼스 처장단은 앞서 평가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고강도 자구 노력과 내부 구조조정을 천명했다. 염 총장은 “사용가능한 모든 물적 자원과 인적 역량, 심적 정성을 세종캠퍼스에 쏟아 부을 것”이라며 “유례없이 강도 높은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세종캠퍼스의 개혁을 견인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특성화를 통한 ‘제2의 창학’이라는 적극적 비전으로 오늘의 위기를 넘어서겠다”고도 했다.

최영철 서경대 총장 역시 담화문을 통해 “2단계 평가 6개 항목에서 최상위 점수를 받아 등급 상향조정을 기대했으나 교육부의 방침 변경(C등급 부여 대신 D등급을 세분화해 D+등급 분류)에 애석할 따름”이라며 “하지만 자체 중장기 발전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차기 평가를 대비하겠다. 이번 평가 결과를 계기로 더욱 발전하는 서경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표>대학구조개혁평가 '그룹II'(D~E등급) 대학 명단
<표>대학구조개혁평가 '그룹II'(D~E등급) 대학 명단
앞서 평가 결과를 통보받은 강원대 신승호 총장은 교육부 발표 직전인 지난달 28일 전격 사퇴했다. “대학을 지키고자 했으나 평가의 왜곡과 역량 부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책임을 통감하고 총장직을 사퇴한다”는 변(辯)을 남겼다. D등급을 받은 수원대·대전대 등도 보직교수 전원이 평가 결과에 반발하며 사의를 표했다.

◆ "부실大 아냐…학생피해 없다" 진화에 골몰

이들 대학은 Q&A와 공식 입장, 팝업 공지 등을 홈페이지 전면에 배치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장학금 지원, 학자금 대출엔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며 학생들 피부에 와 닿는 문제를 앞세웠다. 이번 평가 결과가 기존 부실대학 개념과는 다르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건국대 글로컬(충주)캠퍼스는 6가지 항목의 Q&A에서 이번 평가를 ‘정원감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평가’로 규정하면서 낮은 등급을 받은 데 대해 “강점인 교육 재정과 교수 연구, 국제화 역량 등이 평가 항목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실대학인지 묻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타개책 중 하나로 “효율적 평가지표 관리·지원시스템을 구축해 취약지표 개선에 과감히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성대는 ‘국가장학금 혜택에 대한 공식 입장’을 홈페이지 첫 화면에 걸었다. “평가 결과에 따른 조치로 2016학년도 신입생에 한해 국가장학금 II유형(대학의 등록금 인하·장학금 확충 노력 결과에 따라 차등지급)의 지원이 제한된다. 학생들이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최우선적으로 장학 예산을 새로 편성해 II유형 장학금을 예년과 동일하게 지급키로 했다”는 내용이다.

강원대도 ‘신·편입생 국가장학금 II유형 계속 지원’ 제목의 팝업 공지에서 자체 장학금을 확보해 어떤 불이익도 없도록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경대는 “제한받는 II유형 장학금을 기부금과 법인 전입금으로 전액 보전할 방침”이라고 했고, 건국대 글로컬캠퍼스도 “대학 재원을 투입해 학생들의 II유형 장학금과 신규 국책사업 수주를 적극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표>등급별 학교 숫자 및 정원감축 비율 / 교육부 제공
<표>등급별 학교 숫자 및 정원감축 비율 / 교육부 제공
올해 대학구조개혁평가는 그룹I(A~C등급)과 그룹II(D~E등급)로 나눠 등급을 매겼다. D+등급 16곳, D-등급 10곳, E등급 6곳 등 32개 4년제대가 하위 그룹으로 분류됐다. D+등급은 학자금 대출이 가능하며 D-등급은 든든학자금은 신청할 수 있지만 일반학자금 대출은 절반으로 제한된다. E등급은 학자금 대출, 국가장학금 등 정부 재정지원이 전면 차단돼 퇴출 수순을 밟는다. A등급을 제외한 B(4%) C(7%) D(10%) E(15%)등급은 차등적 정원감축을 권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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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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