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최저임금 12.4% 인상…동남아 저임금 매력 '뚝'
중국에 이어 제2의 ‘세계 공장’으로 떠오른 동남아시아에 임금 인상 바람이 거세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잇따라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있어서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외환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동남아시아를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파른 임금 인상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 최대 30% 인상

6일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베트남 국가임금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2016년 최저임금 인상률 권고안을 평균 12.4%로 결정했다. 노동계 대표인 베트남노동총연맹이 주장한 14.3%보다는 낮지만 사측 대표인 베트남상공회의소가 제시한 10.7%보다는 1.7%포인트 높다. 베트남의 올해 월 최저임금은 지역별로 215만5000~310만동(약 11만4200~16만4300원)이다.

베트남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오는 10월께 지역별 최저 임금을 공표할 계획이다. 베트남은 전국을 4개 지역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2000년대 들어 두 자릿수 인상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평균 14.8% 올랐다.

캄보디아도 주요 산업인 의류와 신발 업종의 내년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캄보디아 의류와 신발 업종의 월 최저임금은 128달러(약 15만2500원)로 전년 대비 28% 올랐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 임금을 38%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기업을 대표하는 캄보디아봉제업협회는 동결이나 소폭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라오스는 지난 4월 이미 월 최저임금을 40% 이상 올렸다. 라오스의 월 최저임금은 최근 10년간 3.1배 뛰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의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최대 30% 가까이 올랐다. 인도네시아 주요 도시의 올해 최저임금은 최대 20% 증가해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의 9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직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의 최저임금은 중국의 절반 수준”이라면서도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5년 뒤에는 중국에 맞먹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성장에 따라 저소득층 요구 거세져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의 인건비가 뛰자 글로벌 기업들은 동남아시아를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삼았다.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에서는 4000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생산원가에 영향을 주자 일본 기업들은 해외 진출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는 이미 발을 빼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가파른 임금 상승은 각국의 경제 성장에 맞춰 저소득층의 요구가 거세진 탓이다. 태국의 영향도 컸다. 잉락 친나왓 전 태국 총리는 주별로 독자적인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다가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3년 전국적으로 똑같은 하루 300바트(약 9900원)의 최저임금제를 시행했다. 이 때문에 지역에 따라 최고 두 배까지 임금이 오르기도 했다. 태국의 이런 움직임은 주변국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인력이 태국으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임금 인상이 글로벌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가격 경쟁력은 잃을 수 있지만 임금 인상으로 해당 국가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중산층이 늘어나 판매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은정/임근호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