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최인한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 겸 한경닷컴 뉴스국장>
/ 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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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구 기자 ] 건국대는 전통적으로 농·축산, 수의학을 대학 간판으로 삼았다. 산업화, 공업화 시대엔 그리 각광받지 못했던 분야다.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뿐 아니라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차세대 먹을거리로 바이오테크놀로지(BT)를 내세우고 있다. 건국대의 강점을 살려 바이오·생명과학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모든 학문 분야를 다 잘할 순 없어요. 그래서 선도학과인 ‘프라이드 리딩그룹’을 선정했습니다. 수의학과와 특성화학부(생명특성화대학)를 필두로 건국대가 앞서있는 부동산학과, 우수 연구실적을 내는 물리학과·기계공학부, 전략적으로 키우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등 6개 분야입니다. 선택과 집중이죠. 이들 분야를 키워 다른 학과들까지 끌고나가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2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총장실에서 만난 송희영 총장(사진)의 철학은 확고했다. 강점 분야 성장을 통한 견인 효과. 이른바 ‘대표주자론’이다. 이를 위해 “현실을 직시하고 뚜렷한 목표를 세워 구성원 역량을 모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대학 전체의 성장전략도 같은 맥락에서 봤다. 송 총장은 “대학의 삼성전자·현대자동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세계에서 통하는 기업이 되지 않았나. 우리 경제규모에 걸맞은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일류대학이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서울대가 모든 분야의 대표주자가 될 수는 없다. 대학 간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건국대는 BT 분야에서 한국대학 대표주자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건국대는 내년에 학원 창립 85주년이자 개교 70주년을 맞는다. ‘100년의 비전’을 강조한 송 총장이 말문을 열자 학교의 역사와 발전 과정이 술술 흘러나왔다. 건국대를 졸업하고 30년 이상 모교 교수로 봉직한 ‘건대맨’다웠다.

“설립자 상허 유석창 선생은 확실한 비전을 갖고 있었어요. 건국대는 해방 직후 혼돈의 시기에 정치대학(조선정치학관)으로 개교했습니다. ‘정신이 바른 사람이 정치가가 되지 않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해서 정치대학을 만든 겁니다. 종합대로 승격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축산대학을 만들었고 농림대학·지역사회개발 초급대학을 잇달아 설치했죠. 농업이 우리 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때였어요. ‘농촌 부흥 없이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관련 단과대 3~4개를 만든 겁니다. 모두 시대 상황에 맞게 의미를 가진 특성화였죠.”

그는 건국대 출신의 장점으로 개인보다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성실함을 꼽았다. 보기 드물게 너른 호수를 품은 캠퍼스에서 길러진 성(誠)·신(信)·의(義)의 품성이 ‘소리 없이 강한 인재’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자랑했다. 여기에 도전정신을 더해 ‘창업 DNA’를 불어넣을 생각이다.

송 총장은 “대학생들을 실리콘밸리에 보내 직접 보고 겪고 느낄 수 있도록 대학이 역할을 했으면 한다. 정부도 로스(손실)가 아닌 코스트(비용)로 생각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1000명 중에 빌 게이츠(MS 창업자)나 손정의(소프트뱅크 회장) 한 명만 나오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학의 삼성전자·현대차 필요"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 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