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작아서 갈 곳이 뻔하다고 생각하는 여행자가 많다. 하지만 여행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이색적이고 독특한 골목들이 도처에 숨어 있다. 젊은 아티스트들이 즐겨 찾는 티옹바루와 커피가 유명한 칸타하르 거리 등은 싱가포르를 재발견하게 하는 곳이다. 싱가포르 사람들도 일부러 찾아가는 싱가포르 거리의 이색 명소로 떠나보자.
싱가포르 티옹바루에 있는 북스 액추얼리 서점
싱가포르 티옹바루에 있는 북스 액추얼리 서점
가장 오래된 주거지의 변신, 티옹바루

싱가포르에서 가장 주목받는 동네는 단연 티옹바루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은 낮은 공공아파트(5층을 넘지 않는다) 단지와 숍 하우스, 오래된 시장이 있는 조용한 동네였다. 낡고 오래된 이 동네에 최근 2~3년 동안 느린 호흡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는 작은 독립서점과 브런치 카페,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싱가포르에서 가장 뜨는 동네가 됐다.

주말 낮에 티옹바루의 골목을 걷다 보면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사람이 카페마다 앉아 있는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카메라를 들고 온 현지 대학생들, 디자이너, 옷 입은 감각이 남다른 작가들도 종종 눈에 띈다. 싱가포르에 사는 외국인도 많이 놀러온다. 서울로 치자면 효자동 부암동 같은 동네다.

이 동네의 부흥을 이끈 건 4년 전 이사온 독립서점으로 유명한 북스 액추얼리(Books Actually)다. 북스 액추얼리를 자주 다니던 젊은 아티스트들이 티옹바루를 드나들기 시작했고, 이후 독립커피 문화를 이끈 포티핸즈 커피, 싱가포르에서 손꼽히는 맛집인 오픈도어 폴리시(Open door policy), 카페의 명소 프티트 등이 생기면서 지금은 스타일 좋은 이들의 아지트가 됐다.

서울에도 매장이 있는 티옹바루 베이커리숍도 주말 아침이면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바삭바삭한 크루아상과 커피 맛이 일품이어서 싱가포르 외곽에서도 찾아올 정도다. 세계 신진 디자이너들의 감각적인 제품을 판매하는 나나앤드버즈(Nana and Birds), 스트레인지 레츠(Strangelets) 같은 디자인숍도 즐비하다.

티옹바루가 더 주목받는 건 새로운 카페와 가게들뿐만 아니라 현지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는 오래된 맛집과 전통시장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들이 애용하는 티옹바루 마켓은 신선한 음식 재료와 과일을 파는 시장으로 유명하다.

시장의 2층에 있는 호커센터(푸드코트)에는 TV에도 등장할 만큼 내공 있는 현지 식당들이 숨어 있다. 감각적이고 멋진 카페들만 자리한 것이 아니라 정겨운 이웃의 모습이 남아있고 그들의 소소한 일상을 만날 수 있어 신선하다.
티옹바루 시장의 호커센터를 오가는 행인들
티옹바루 시장의 호커센터를 오가는 행인들
아랍스트리트의 숨은 골목, 칸다하르 스트리트

실속파 여행객들이 즐겨찾는 부기스 지역의 하지레인 골목에서 바그다드 스트리트를 따라 네 블록을 더 올라가면 칸다하르 스트리트가 나온다. 말레이헤리티지센터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이 거리에는 커피 맛있는 집, 데이트하기 좋은 레스토랑, 디자인 가구와 가게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한 거리를 이루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곳은 핸드드립 커피와 칵테일로 이미 명소가 된 메종 이코쿠(Masion Ikoku)다. 메종 이코쿠의 바리스타들은 도쿄의 유명한 커피회사 주인인 사와다 히로시에게서 배워 커피 위에 크림으로 멋진 그림을 그려 내놓는 라테아트도 선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인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이탈리안식 선술집 치케티(Cicheti)와 2년 전 문을 연 동포 콜로니얼(Dong Po Colonial) 카페 등 활기차고 스타일 좋은 공간들이 많이 생겼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벽화거리로 유명한 하지레인으로 몰려가는 반면 이곳은 하지레인 거리보다 덜 붐비고 더 고급스럽다. 하지레인에서 칸다하르 스트리트로 가는 동안 만나게 되는 부소라 스트리트는 부기스 지역의 명소인 술탄 모스크와 이어져 있다.
그라피티가 그려진 포티핸즈커피 내부
그라피티가 그려진 포티핸즈커피 내부
리틀인디아 지역의 독립커피가게 거리

리틀인디아는 싱가포르에 있는 다민족, 다문화의 세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이주한 인도계 싱가포리언과 남인도 이민자들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최근 이 지역 북쪽에 싱가포르의 새로운 유행을 몰고 온 독립커피가게가 여러 군데 생겨났다. 싱가포르식 달달한 커피와 대형 체인점 커피가 전부였던 이 도시에 작은 규모로 로스팅도 직접 하고, 손으로 내려 마시는 커피집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체 생 홧 하드웨어. 정말 외진 지역에 자리해 있지만, 이집 커피를 마시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인정받는 로스터리카페로, 과테말라 브라질 코스타리카 등 산지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핸드드립 커피가 훌륭하다. 공업용 기계를 팔던 장소를 개조했지만 이름은 그대로 둔 점이 매력적이다.

체 생 홧으로 가는 길에 자리한 브레이버리(The Bravery)도 인기 카페다. 간판도 없고 밖에서 보면 카페인지 잘 알아보기도 힘들지만 베를린 카페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난다. 라벤더 향이 그대로 전해지는 라벤더라테가 유명하다.
브런치 카페로 인기가 많은 오픈도어폴리시
브런치 카페로 인기가 많은 오픈도어폴리시
클라키보다 콜리어키

싱가포르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은 동네 중 하나는 클라키와 보트키다. 특히 클라키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화끈한 밤을 보낼 수 있는 지역으로 클럽 못지않은 바와 춤추는 클럽들이 몰려 있다. 펍과 바가 주로 몰려 있어 낮에 가면 오히려 썰렁하다. 하지만 요즘은 클라키보다 콜리어키가 뜬다. 플러튼베이호텔 일대를 말하는데, 원래 최초의 이민자들이 상륙했던 부두가 있었다. 유람선이 오가는 선착장 역할을 주로 했지만, 마리나베이 개발 프로젝트로 재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외식과 쇼핑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이 새로운 싱가포르의 전망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전에는 바다밖에 없던 풍광이 더 드라마틱해졌다.

이 때문에 낮이고 밤이고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쪽을 전망으로 쉬거나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플러튼호텔 옆, 물 위에 떠 있는 플러튼 파빌리온의 스페인 타파스집 카탈루냐는 이미 이 일대의 외식 명소로 소문난 곳. 또한 플러튼베이호텔의 옥상에 있는 랜턴(Lantern)과 커스텀하우스 옥상에 자리한 킨키(Kinki)도 밤의 아지트로 빼놓을 수 없다.

현지에 사는 외국인과 이 일대의 금융인, 스타일 좋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드나드는 이곳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루프톱 바로 통한다. 옥상에 있는 바들뿐만 아니라 강변 쪽에도 크고 작은 펍이 많이 생겨 막 일을 마친 회사원들이 모여 맥주 한 잔씩 마시며 모여 있는 모습을 어디서든 쉽게 마주할 수 있다.

티옹바루의 추천 카페

티옹바루 베이커리(tingbahrubakery.com)


프랑스의 유명 파티셰인 곤트란 셰리에가 파리와 도쿄에 이어 싱가포르에 문을 연 베이커리 숍. 달걀을 팔던 가게를 개조해 2012년 5월 개장했다. 아몬드 크루아상과 브리오슈, 쿠안 아망이 인기 메뉴다.

포티 핸즈 커피(40handscoffee.com)

호주의 바리스타 해리 그로버와 싱가포르의 유명 외식 기업인 스파에스프리그룹이 손잡고 만든 커피숍. 공간 안쪽 끝에 벽면 가득 그라피티가 그려진 야외 공간도 갖추고 있다.

오픈도어 폴리시(odpsingapore.com)

주말 브런치 장소로 가장 사랑받는 곳. 신선한 재료로 만든 브런치 메뉴(21~28싱가포르달러)와 사과, 당근, 샐러리 등을 넣어 만든 건강 주스 등이 인기 있다.

북스 액추얼리(booksactually.com)

소설과 시, 에세이, 저널 등의 문학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독립서점이다. 일반 서점에서는 구하기 힘든,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을 많이 구비하고 있어 유명해졌다. 서점 뒤편으로 오래된 외국 간판과 엽서, 사진, 그릇 등을 모아놓은 골동품 공간이 나온다.

싱가포르 =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