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최고위 폐지, 지역·직능대표위원회 신설" 발표했지만 비노진영 '혁신안 비토'…더 커진 계파 갈등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놓고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비토’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을 비롯 이종걸 원내대표와 김한길 박지원 박영선 의원 등 전·현직 지도부가 바통을 이어받듯 혁신위와 혁신안을 공격하면서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분위기다. 이달 말 혁신위 활동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혁신안이 당내 반발에 부딪혀 추인받지 못할 경우 연쇄 탈당, 분당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4일 당내 계파갈등·패권주의 해소를 위해 내년 총선 전후로 폐지되는 최고위원회를 대표위원회로 변경하는 9차 혁신안을 내놨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혁신안 발표에 앞서 “혁신위를 흔들고 혁신안을 바꾸려는 의도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을 책임졌던 사람들이 혁신의 반대편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책임지지 않는 사람, 계파와 기득권만을 위했던 사람들이 지도부에 있었기에 우리 당이 지금 혁신의 수술대 위에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최근 혁신위 활동을 ‘실패'로 규정한 안철수·김한길 전 공동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당의 혁신은 실패했다. 이대로 가다간 정권교체는 힘들다”며 “정풍운동이나 야당 바로세우기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지난 1일 안 전 대표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김 전 대표 역시 “(4·29)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 지도부와 혁신위가 애를 많이 썼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직 당 대표를 지낸 분으로서 당 위기에 일말의 책임이 있다”며 “(안 전 대표의 혁신위 비판은) 성급하고 무례한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이 같은 혁신위 반응은 최근 비노계 전·현직 지도부들이 혁신위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안 전 대표의 혁신위 평가나 야당 바로세우기 운동은 긍정적”이라며 “다 혁신해야 하는데 못한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핵심을 찌르는 혁신안을 발표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이 야당에 대해 답답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문재인 대표와 혁신위가 대신 아젠다로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혁신위 비판이 분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불교방송에 출연해 “신당은 상수”라고 거듭 강조하며 “새정치연합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민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9차 혁신안은 현행 최고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당대표, 원내대표, 5개 권역대표, 여성·청년·노동·민생 등 4개 부문 대표 11명의 대표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당대표는 전당대회에서, 권역별 대표는 시·도당 위원장 중 호선으로 뽑기로 했다. 부문 대표는 전국위원회에서 선출하는 안을 제시했다.

혁신위는 또 상임위원장과 원내대표, 국회의장의 특수활동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들에게 현금 지급되던 특수경비를 카드화하고 모든 의원에게 제공되는 정책활동보조비와 입법활동보조비를 활동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