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매각 위로금만 4000억?…'꼬리'가 '몸통' 흔들 수도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조건으로 직원 위로금 문제를 떠안은 게 알려지면서 인수합병(M&A)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위로금 규모가 대형 M&A 성사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진 데다 점점 불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기업들의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KKR 컨소시엄은 거절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인수전의 승부를 좌우한 가장 큰 요인은 2만6000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임직원의 위로금 문제로 파악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MBK는 매각 위로금을 매수자가 책임지라는 매각 측 요구를 수용했지만, 경쟁 상대방이었던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 컨소시엄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를 찾기가 어렵고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홈플러스 임직원의 평균 임금을 월 150만원으로 가정해 10개월치를 지급한다고 하면 위로금 규모가 4000억원에 육박한다. 매매가(7조5000억원 안팎 추정)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급여(100만원) 수준으로 낮춰도 2600억원에 달한다.

다만 투자 수익률을 따져야 하는 MBK가 4000억원의 위로금을 모두 지급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MBK는 2013년 코웨이를 인수할 당시 직원 1인당 한 달치 월급(300만원) 정도를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했고, 2014년 ING생명보험을 인수할 땐 한푼도 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국현 홈플러스 노동조합 선전국장은 “우리가 먼저 위로금을 요구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회사 직원들과 사전 협의가 없는 매각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M&A 활성화에 역행하는 관행

위로금은 통상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주뿐 아니라 근로자들도 기여했다는 측면에서 회사를 매각할 때 받는 격려금으로 해석된다. 국내법상 근거가 없어 강제할 수 없지만, 노조의 실사 방해나 파업 등으로 인한 기업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국내에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거의 없다. 이번 매각 과정을 지켜본 영국 테스코 측 변호사는 “아니 뭐 이런 관행이 있느냐”며 납득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위로금 문제는 “매수자, 매도자,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로 사안별로 달리 봐야 한다”(연강흠 연세대 교수)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기업과 PEF들은 위로금에 대한 기대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데다 위로금으로 인해 제3자가 기업의 핵심 경영전략에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최근엔 한화토탈(평균 6000만원), 오비맥주(5000만원), 포스코특수강(2400만원) 등 개인당 수천만원대의 위로금도 자주 볼 수 있다. 업종과 산업별로 천차만별인 탓에 사전에 비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위로금에 대한 공정한 액수를 계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며 “기업 M&A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방산과 화학계열사 4곳을 한화그룹에 매각한 삼성은 계열사별 평균 위로금이 2000만원에서 6000만원까지 모두 달랐다. 회사 사정과 관계없이 위로금을 똑같이 맞춰 달라는 노조 요구가 가장 어려웠다는 게 삼성 측 전언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