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진입규제, 언제나 어디서나 나쁘다
“정부가 선한 뜻에서 일을 벌일 때 가장 큰 경계심을 갖고 자유를 지켜야 한다. 자유에 대한 더 큰 위험은 열정적 인간, 좋은 뜻은 가졌으나 그들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은밀한 침해 속에 숨어 있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 루이스 브랜다이스의 경구다.

규제와 관련해 사전적 의도가 좋다고 사후적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규제는 실패할 공산이 크다. 국가는 시장을 통하지 않고서 개인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는 계산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정치적으로 밀고 당기면서 결국은 특수이익을 보호하게 돼 있다. 국가가 ‘지식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국가 개입이 최대화된 사회주의체제가 더 효율적이고 정의로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인간의 이성으로 시장 질서를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제민주화’ 입법으로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을 규제한다고 골목상권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골목상권 문제의 본질은 밀집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4년 3월 현재 전국의 자영업자 수는 561만명으로 자영업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영업자의 출구전략이다. 출점 규제로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며 더 많은 자영업자의 진입을 유도하는 것이 최선일 수 없다. 이는 20명 정원의 돛단배에 30명을 태우는 격이다.

대기업의 진입 규제는 소프트웨어(SW) 및 정보기술(IT)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SW산업진흥법은 2004년 이후 사업 규모에 따라 대기업 진입을 순차적으로 제한했다. 2013년부터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대기업은 공공시장 진입 자체가 제한됐다. 하지만 대기업의 공공정보화 시장 진입을 제한한 뒤 중견·중소 SW기업의 생산성이 악화되고 산업 생태계가 취약해졌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공공정보화 시장 대기업 진입 규제 실효성 분석’이 그것이다.

진흥법의 취지는 아름답다. 공공정보화 시장에 대기업의 진입을 막으면 중견·중소업체들 간에 공정경쟁이 이뤄져 매출 성장, 기술력 향상, 프로젝트 수행능력 등이 제고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공공정보화 시장 참여가 불가능해진 대기업들은 관련 조직을 축소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전문인력 등 인프라가 후퇴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 참여 제한으로 매출은 늘었으나 속 빈 강정이다. 매출 대비 공공 프로젝트 비중이 높을수록 도리어 영업이익률이 감소했다. 과당 경쟁, 외국 대형 업체에 대한 가격협상력 부족 등이 영업이익률 하락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발주처인 공공기관들도 중견·중소기업의 사업역량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SW산업 생태계 강건성 저하다. 중견기업은 가용자원 등이 부족한 데다 수익성이 낮아 하청업체에 대한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지출여력이 크지 않다. 여기에 일부 중견기업의 ‘갑질 논란’은 하도급 관계를 악화시킨다. 중견기업의 독자적 글로벌 시장 진출은 불가능하며 역차별을 당한 대기업은 사업수행실적 부진으로 해외 진출 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SW산업은 국내용으로 그 외연이 철저히 축소되고 있다.

한국은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법’ 등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규제로 넘쳐나고 있다. SW진흥법은 별도의 법률로 특정 산업에 대해 대기업 진입을 제한한 것이다. 대기업은 맹수로, 중소기업은 초식동물로 여겼기 때문이다. 초식동물로만 생태계의 강건성이 담보될 수는 없다. 경쟁은 자신의 경쟁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끔 하는 처소를 찾는 발견 과정이다. 경쟁은 협력을 낳고 그만큼 공존 가능성을 높인다.

대기업을 규제한다고 중소기업이 육성되지는 않는다. 동반성장은 클러스터 경쟁력을 가질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연합이 꾀해질 때 실현된다. 특히 IT산업이 그렇다. 진입 제한은 경쟁을 질식시키고 부를 파괴시킨다. 어떤 명분을 갖다 붙여도 진입 제한은 언제나 어디서나 나쁘다. 착한 진입 규제는 없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