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뛰는 아버지 > 대부분 50대 이후 퇴직자 출신인 교보생명의 남성 설계사 조직 ‘시니어클래스’ 설계사들이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교보생명 제공
< 다시 뛰는 아버지 > 대부분 50대 이후 퇴직자 출신인 교보생명의 남성 설계사 조직 ‘시니어클래스’ 설계사들이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교보생명 제공
교보생명의 50대 남성 설계사 조직인 ‘시니어클래스’가 보험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시니어클래스에 소속된 60여명의 설계사 대부분은 20년 이상 금융권이나 대기업, 군(軍), 학교, 회계법인 등에서 일하다 퇴직한 전문직 출신이다. 저마다 옛 지위를 뒤로하고 경쟁이 치열한 보험판매 현장에 뛰어들어 젊은 설계사 못지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원호남 설계사(55)는 2년 전까지 SC은행(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본부장이었다. 명예퇴직한 그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섰지만 50대 퇴직자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교보생명의 모집 광고를 접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보험에 접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 설계사는 “처음엔 보험설계사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의식해선지 다른 사람 앞에서 보험이라는 말도 꺼낼 수 없었다”며 “요즘에는 매일 출근할 곳과 동료가 있어 감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찾는 고객이 늘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육군 중령으로 2012년 예편한 장정용 설계사(55)는 우수한 실적으로 불과 1년여 만에 고소득 생명보험 설계사들의 국제모임인 MDRT(백만달러 원탁회의) 회원 자격을 얻었다. 50대는 아니지만 삼성물산 출신인 최종용 설계사(62)도 젊은이 못지않은 실적을 거둘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2013년 말부터 시니어클래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전문직 출신 은퇴자가 수십년간 축적한 인맥을 바탕으로 부유층 소비자에게 수준 높은 재무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은퇴를 먼저 경험한 만큼 동년배 고객과의 공감과 소통에도 강점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이런 예상은 적중했다. 60여명의 시니어클래스 소속 설계사는 월평균 5~6건의 보험계약을 유치하고 있다. 여성 설계사 평균(월 3~4건)보다 좋은 실적이다. 보험계약 1년 이상 유지율도 일반 설계사(80% 초반)보다 높은 90%대에 이른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오랜 직장생활로 성실함이 몸에 배어 있고 자기관리가 철저해 꾸준히 고객을 관리한다”며 “특히 연금보험을 통한 노후보장 설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월 수입은 500만원을 넘는 설계사도 여럿 있지만 아직 경력이 짧은 탓에 대부분 300만~400만원 수준이다.

교보생명은 은퇴자들로 이뤄진 시니어클래스가 새로운 판매 채널로서의 경쟁력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조직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중년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