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경찰이 파도에 떠밀려온 세 살짜리 시리아 난민 어린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터키 경찰이 파도에 떠밀려온 세 살짜리 시리아 난민 어린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터키의 관광지 보드룸 해변에서 2일(현지시간) 발견된 세 살짜리 시리아 난민 어린이 시신에 지구촌이 충격에 빠졌다.

해변에 엎드린 채 숨진 아이의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세계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라는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난민의 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통절히 느끼게 한 사진”이라고 보도했다.

내전과 폭정으로 시리아, 에리트레아 등을 탈출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독일로 향하던 수천명의 난민은 헝가리에서 발이 묶여 이틀째 시위에 나서고 있다. 난민 이동을 암묵적으로 방조하던 헝가리 정부가 비자와 신분증 검사를 강화하며 독일로 향하는 난민을 통제하기 시작해서다.

BBC 방송은 “난민들의 노숙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 켈레티역이 난민촌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난민들은 켈레티역에서 독일행을 가로막는 헝가리 정부를 향해 ‘저머니(Germany)’ ‘프리덤(freedom)’을 외치며 울부짖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럽의 관문 그리스와 이탈리아에도 이날 각각 4200여명과 800여명의 난민이 도착했다.

난민 사태에 대한 유럽 각국 지도자의 리더십 부재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디펜던트지는 “파도에 실려온 꼬마의 사진이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이 바뀌겠느냐”고 지적했다.

허핑턴포스트는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겨냥해 ‘영국, 뭐라도 좀 하세요’라는 제목을 달았다.

캐머런 총리는 2일 노샘프턴셔를 방문해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해답이 될 수 없다”며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중동과 아프리카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을 수용하는 데 다른 유럽국도 동참해달라고 한 것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