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밥솥 40년 1위 PN풍년, 전기밥솥에 '도전장'
‘골리앗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다윗.’ 주방업계에서 PN풍년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쿠쿠, 쿠첸 등 전기 압력밥솥을 제조하는 대형 주방가전업체 공세에도 꿋꿋하게 일반(직화) 압력밥솥 시장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PN풍년은 일반 압력솥 시장에서 점유율 75%(2014년 기준)로 지난 40여년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밥솥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젊은 주부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덕분이다.

◆입소문으로 큰 회사

압력밥솥 40년 1위 PN풍년, 전기밥솥에 '도전장'
PN풍년의 올 상반기 매출은 365억4400만원, 영업이익은 17억4700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5%, 111% 증가했다. 국내 주방용품 시장은 해외 브랜드 및 중국산 저가 브랜드의 공습 등으로 몇 년째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 ‘PN풍년만 잘나간다’는 질투 어린 말이 나올 정도다.

PN풍년은 1954년 설립된 세광알미늄 공업사가 모체다. 창업주인 고(故) 유병헌 회장이 유럽 출장 중 ‘다이제스터’라는 외국식 압력솥을 접하고 3년간의 연구 끝에 1973년 한국식 조리에 적합한 국내 최초의 압력밥솥을 선보였다. 당시 정부에선 통일벼를 국민에게 공급했는데, 통일벼로 지은 밥은 식감이 거칠고 꺼끌꺼끌했다. 영업사원은 집을 돌아다니며 주부들을 모아놓고 밥 짓기 시연을 했다. 풍년압력밥솥을 써본 이들 사이에 ‘밥을 부드럽고 차지게 해준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회사는 급성장했다.

◆젊은 층 겨냥한 제품 다양화

가스 등으로 가열하는 일반 압력솥은 전기 압력솥보다 밥맛이 좋지만 젊은 층에선 선호도가 다소 낮다. 쿠쿠와 쿠첸의 전기 압력솥에 비해 밥 짓기가 번거롭다. 크고 무거운 데다 밥을 지을 때 울리는 추의 소리도 너무 크다. 2세 경영인 유재원 회장의 가장 큰 과제는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는 것이었다.

현미를 불리지 않아도 되는 다이어트용 현미밥솥, 압력솥과 찜기를 혼용한 압력밥솥, 삼계탕을 조리할 수 있는 압력솥 등의 신제품(사진)이 그렇게 탄생했다. 디자인과 색상에도 신경써 화사한 컬러를 입혔다. 프라이팬, 냄비 등 조리기구와 싱글족을 위한 1인용 전기레인지 등 주방용 소형가전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전체 매출에서 압력솥의 비중은 60%다.

조만간 쿠쿠와 쿠첸 등이 장악하고 있는 전기 압력솥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지정훈 영업부문 상무는 “밥맛이 좋아지는 압력을 만드는 신호추 등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무기 삼아 전기 압력밥솥 시장에 진출할 시기를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 본격 공략

PN풍년은 모든 제품을 국내에서 제작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 꼬리표를 단 압력솥은 해외에서도 인기다. 4년 전 중국에 진출했고, 최근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 타오바오에서 인기상품 1위를 차지했다. 얼마 전 멕시코에 수출을 시작해 현지 홈쇼핑에서 판매분이 모두 매진됐다. 기세를 몰아 해외 공략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PN풍년 임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8년으로 주방용품 업계에서 가장 길다. 창업 당시 경기 안산의 공장 옆에 직원용 연립주택을 지어준 일은 유명하다. 유 회장은 임직원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도자기로 만든 전자레인지용 압력솥을 내놓은 박노택 나라테크 사장 등이 풍년에서 배출한 최고경영자(CEO)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