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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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증권사 메리츠종금증권이 3분기 연속 업계 최상위권 실적을 올렸다. ‘최대 순이익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 2분기에도 1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실적을 거뒀다. 주가가 상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시가총액도 증권업계 5위를 차지하며 대형사 ‘문턱’을 넘어섰다.

○3분기 연속 ‘깜짝 실적’

경쟁사들은 이 같은 실적을 놓고 “증권업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퀀텀점프(quantum jump·대도약)’를 이어가고 있다”는 시샘 어린 평가를 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 매출(영업수익)은 2013년 대비 27.6% 증가한 1조504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1443억원을 올렸다.

올 들어 실적 개선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 대비 58.5% 상승한 1407억원에 달했다. 2분기 실적만으로도 이미 전년도 전체 영업이익(1443억원)에 맞먹는다. 순이익은 911억원으로 3분기 연속 최대 순이익 기록을 이어갔다.

기업금융과 개인고객(리테일), 트레이딩(주식 및 채권, 파생상품 등의 거래) 등 전 사업부문이 골고루 제 몫을 한 데 따른 결실이다. 올 2분기 기업금융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8% 늘어난 1047억원이었다. 리테일 부문 매출은 118.34% 증가한 339억원에 달했다. 아이엠투자증권과 합병하면서 트레이딩 부문 실적을 끌어올렸고, 리테일 부문은 차별화된 영업 전략으로 성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도 실적 개선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를 이뤘다. 부동산 부실로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트라우마가 여전한 증권업계는 2010년대 들어서도 부동산 PF 사업을 멀리했다. 하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시장 참가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그 틈새를 기민하게 파고들었다. 특히 안정성을 기본으로 수익성을 추구하는 다양한 구조화금융 기법을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PF본부는 지난해 555억원의 매출을 올려 회사 내 22개 본부 중 가장 뛰어난 실적을 올렸다. 올 상반기 매출도 426억원에 달했다.

김수광 메리츠종금증권 경영지원본부장(상무)은 “PF를 비롯한 기업금융 부문이 정교한 위험관리 능력을 기반으로 독보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다른 사업본부도 고르게 선전하면서 회사 전반의 ‘퀀텀점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초대형 거점 점포 전략 적중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리테일 사업도 최근 1년 만에 환골탈태(換骨奪胎)해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초대형 거점 점포’ 전략을 펼치며 사업 혁신을 단행한 게 적중했다는 평가다.

최근 4~5년간 주식시장에 박스권(코스피지수 1800~2050) 장세가 이어져 개인투자자가 감소하자 국내 증권사는 적자가 나는 리테일 사업을 앞다퉈 축소했다. 그러나 메리츠종금증권은 리테일 영업망을 오히려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정비했다.

우선 전국 19개 지점을 5개로 합쳐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거점 전략을 가동했다. 여기에 새로운 성과보상 제도를 도입해 업계에서 우수하다고 정평이 난 영업인력을 끌어모았다.

결실을 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4년 흑자전환하며 7년 만에 영업이익을 냈다. 현재 리테일 부문은 기업금융과 함께 메리츠종금증권의 주 수입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은 “초대형 거점 점포 전략을 통해 본사와 지점 간 소통능력이 높아지고 고객 만족도도 올라갔다”며 “이 같은 약진을 발판으로 현재 580여명인 영업인력을 올해 말까지 추가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침없는 인수합병…대형 IB 문턱에 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종합금융업 라이선스가 만료되는 2020년 이후에 대비해 대형 투자은행(IB)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대형 IB로 전환해 기업대출, 부동산 PF 등 기업금융 업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 아이엠투자증권을 합병한 데 이어 최근에는 리딩투자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김 본부장은 “아이엠투자증권과의 합병으로 기업금융 경쟁력이 한층 강해졌고 트레이딩 부문도 보강해 수익구조가 더 탄탄해졌다”고 말했다.

대형 IB로 성장하기 위한 자기자본 확충 노력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21일 4142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올해 말이면 대형사에 버금가는 1조7000억원대의 자기자본을 구축할 전망이다. 대형 IB 진입 요건(자기자본 3조원 이상)을 충족하기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향후 연평균 2000억원대의 순이익을 올려 2020년까지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마련해 놓고 있다.

최 사장은 “부동산 PF 등 기업금융 업무를 5년 넘게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대형 IB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리테일과 기업금융의 강점을 유지한 채 신사업을 발굴해 수익원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익환/오동혁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