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기벤처 지원에 공들이는 중국…벤처지원기관 상륙
중국 벤처지원기관인 테크코드(Tech Code)가 한국에 진출했다. 중국 진출에 관심이 많은 한국의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초기 단계에서 발굴, 지원해 ‘글로벌 두뇌’들을 선점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크코드는 지난달 초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KAIT타워에 입주한 데 이어 오는 10월께 개소식을 연다. 테크코드는 작년 5월 중국 과학기술부 지원 아래 부동산개발업체인 화샤싱푸(華夏幸福)그룹이 칭화대와 함께 설립했다. 해외 유망 벤처기업을 중국으로 끌어들여 창업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중국 제조업의 차세대 혁신을 이룬다는 게 목표다.

○‘서울대병원 벤처1호’에 첫 투자

테크코드코리아는 서울대병원 1호 벤처인 항노화 화장품개발업체 이피코스를 첫 대상 기업으로 선정하고 특허 등록 등 본격 지원에 나섰다. 테크코드는 이와 함께 국민연금 등의 자금을 운용하는 중국 전문 사모펀드인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와도 손잡았다.

이피코스는 정진호(사진) 서울대 의대 피부과 교수가 창업한 회사로 서울대병원이 지분 5%를 갖고 있다.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거쳐 개발한 주름살 개선 화장품을 생산, 시제품을 판매 중이다. 아직 스타트업임에도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 4곳이 투자금을 대겠다고 경합을 벌일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그런 이피코스가 첫 상품을 중국 시장에 내놓기 위해 테크코드와의 협력에 나섰다. 정진호 대표는 “창업을 생각했을 때부터 중국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성과는 금세 나타났다. 중국 과학기술부와 칭화대, 화샤싱푸그룹이 함께 설립한 테크코드의 도움을 받아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의 인허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근엔 화장품 상표 등록까지 마쳤다. 또 테크코드의 한국 파트너인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3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테크코드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에서도 유망 벤처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전 세계 각 분야의 가장 앞선 기술을 중국에 가장 먼저 선보여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벤처 후발주자 중국의 추격

벤처업계는 테크코드의 한국 진출로 국내 벤처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거대 시장인 중국 진출에 유리할 뿐 아니라 투자까지 유치할 수 있다면 벤처기업으로선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국내 대기업이 전국에 설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 기업들도 대부분 중국 진출을 희망한다”며 “중국 벤처지원기관과 비교하면 네트워크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테크코드는 앞으로 중소기업청 등과 연계해 각 분야 벤처 중 가장 유망한 기업을 발굴해 5억~100억원을 투자한다. 또 중국 기업인과의 네트워크 구축, 사무실 제공 및 산업 분석, 시장 조사, 홍보, 특허 등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테크코드의 한국 진출로 국내 유망 벤처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구애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테크코드에 앞서 서울 테헤란밸리에 자리 잡은 구글캠퍼스는 기술력 있는 벤처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동휘 기자/베이징=김동윤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