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국서부발전에 입사한 박철우 씨(왼쪽)와 이재수 씨가 태안건설본부에 건설 중인 10호 발전기 터빈을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 백승현 기자
지난 5월 한국서부발전에 입사한 박철우 씨(왼쪽)와 이재수 씨가 태안건설본부에 건설 중인 10호 발전기 터빈을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 백승현 기자
“대학 졸업 후 5년간 중동과 한국을 오가는 LNG(액화천연가스)선에서 기관사로 일한 경험이 전부입니다. 국내 정착을 위해 취직 준비를 하던 차에 한국서부발전에서 직무능력중심 채용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는데 바로 합격했습니다.”

지난 5월 국내 굴지의 공기업 한국서부발전에 취업해 태안건설본부 시운전실 기계팀에 근무하고 있는 박철우 씨(28)의 말이다. 박씨는 2010년 목포해양대를 졸업한 뒤 올해 3월까지 ‘뱃사람’이었다. 대학에서 기관시스템공학을 전공했지만 관련 자격증이나 그 흔한 토익 성적표도 없다. 1년 365일을 바다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위험수당 등 수입은 많았지만 수차례 해적을 만나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싶었다. 오랜 바다생활로 국내 소식에 어둡다 보니 변화된 기업 채용문화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도서관을 다니면서 영어공부도 하고 자격증 취득 준비를 하던 중 서부발전 공채 소식을 접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채용이라고 해서 또 다른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배를 타는 바람에 영어점수나 자격증을 따지 못한 제 입장에선 운이 좋았던 거죠.”

취업 준비를 하며 NCS 관련 수험서를 공부했다는 박씨는 “요즘 많이 늘고 있는 NCS 학원이나 문제집은 실제 채용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서부발전은 2013년부터 ‘스펙초월’ 채용을 하고 있다. 입사 지원자에게 학력, 전공, 어학, 자격증 소지 여부를 묻지 않는다. 학력을 보지 않아 고졸 지원자도 직무역량에 따라 대졸수준 대우를 받는 직무에 지원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자기소개서 대신 역량기반지원서에는 직무와 관련된 교육을 이수한 경험과 경력 등만 쓰면 된다.

면접 역시 지난해부터는 ‘블라인드 면접’으로 바꾸고 질문도 입사 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서부발전은 올해 이 같은 방식으로 66명을 채용했다.

수원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전기공사업체에서 일한 경력으로 취업한 이재수 씨(37)도 박씨와 비슷한 경우다. 2004년 대학 졸업 후 조그만 화장품 무역회사를 운영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폐업하고 한전산업개발 등에서 전기관련 일을 한 경험이 취업의 밑거름이 됐다. 이씨는 태안발전본부 발전1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태안=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