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방안’의 특징 중 하나는 그동안 단골로 내놨던 ‘전·월세 자금 대출 확대안’을 뺐다는 점이다. 대신 중장기적인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입자 대출 지원이 빠진 것은 급속하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 부담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 신용 잔액은 1130조5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100조원을 넘어섰다. 부채 증가 속도도 빠르다. 2분기 동안 늘어난 가계부채는 32조2000억원으로 1분기 증가액(13조원)의 2.5배에 달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이 지난 7월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는 등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한 이유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건전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외부 경제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자금 지원 확대가 전셋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쉽게 대출을 받아 전세 보증금을 올려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자금 여력이 있는 세입자들도 내 집 마련을 미뤄 전셋값이 더 뛰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도심에 공급을 늘리고 주거 취약계층의 불안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 목표를 정했다는 분석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건설 기간이 평균 2~3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바로 공급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기는 어렵다”며 “임대주택 공급 물량 확대 정책을 꾸준히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택 거래량이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매매가격 상승세는 완만하다”며 “아직 규제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