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개동 30가구 반대로 재건축 15년 표류 > 재건축 동별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린 서울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 동별 동의요건이 완화되면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김병언  기자misaeon@hankyung.com
< 1개동 30가구 반대로 재건축 15년 표류 > 재건축 동별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린 서울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 동별 동의요건이 완화되면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김병언 기자misaeon@hankyung.com
서울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15년간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주민 전체 동의율은 79%로 기준(75%)을 넘어섰지만 네 개 동(棟) 중 한 개 동 주민동의율이 요건에 미달해서다. 한 개 동 72가구 중 30가구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주민 전체 4분의 3(75%) 동의와 동별 주민 3분의 2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한다.

상아2차 아파트처럼 소수 반대로 재건축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문제가 앞으론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동별 재건축 동의율 요건이 주민 2분의 1로 완화돼 상가동 등의 이른바 ‘재건축 알박기’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승권 상아2차 재건축추진위원장은 “52세이던 2000년 재건축 사업에 착수했는데 67세인 올해 조합 설립 길이 트이게 됐다”고 말했다.
소수 반대에 막혔던 상아2차·과천주공 재건축 '탄력'
○‘재건축 알박기’ 차단한다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율 완화를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연내 개정되면 소수의 주민 반대로 인해 사업이 지연돼 온 상당수 재건축 단지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경기 과천주공7-1단지도 이 같은 단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단지는 아파트 722가구 모두가 재건축에 동의했지만 단지 한가운데 들어선 상가 소유주 29명이 반대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차질을 빚어왔다. 이 단지 윤규갑 조합장은 “정부의 이번 개선책으로 상가 소유자들과 통합 협상을 추진할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 비산동 S아파트도 2012년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이 떨어졌으나 상가동과 큰 평형 소유 동에서 반대하면서 조합 설립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2052개 정비사업 추진 단지 중 42%가량이 사업성이나 주민 갈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토부는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대책’을 통해 사업이 중단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다. 조합장이 사퇴하거나 비리 혐의로 구속된 곳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외부 전문가인 ‘CEO(최고경영자) 조합장(전문 조합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재개발이 장기간 중단된 곳은 주민이 요청하면 한국감정원과 SH공사 등 공공기관이 맡아 사업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재개발 공공기여, 현금으로 낸다

정부는 재개발 사업지 등의 기부채납(공공기여) 일부를 땅 대신 현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재개발 사업의 가장 큰 지연 원인인 낮은 수익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재개발 사업지는 주택과 뒤섞여 있는 이면도로와 골목길 등 국·공유지를 활용하면 기반시설 부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판단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공기여는 도로, 공원, 공공청사 등을 건설하는 ‘물건 납부’ 형태로만 가능해 단지 내 기반시설이 과다하게 설치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기부채납 현금 납부가 허용되면 재개발 사업 수익성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토부가 조합원 370명 규모인 서울 강북의 한 재개발 구역을 대상으로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부지 기부채납 면적을 30% 줄이고 땅 감정가격으로 현금을 납부하면 조합원 가구당 2000만원가량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을 수 있는 전체 주택 수가 기존 683가구에서 713가구로 늘어난 결과다.

준주거·상업지역 내 정비사업에서는 일정 범위에서 오피스텔 공급을 허용한다. 최근 서울 왕십리·북아현 뉴타운 등 일부 지역에서 나온 오피스텔은 2000년대 초·중반 ‘뉴타운 조례’에 근거한 것으로, 현재는 오피스텔을 공급할 수 없다. 업무·상업시설 비중이 높은 단지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오피스텔을 넣으면 분양성과 사업성이 개선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