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4일까지 같은 지역서 여러차례 MDL 넘어…전투기·헬기 대응출격"

우리 군이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이 진행된 지난달 22일 중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를 종횡무진 비행하던 북한의 무인정찰기를 탐지하고도 격추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무인정찰기는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DMZ내 군사분계선(MDL)을 여러 차례 넘어 철책경계 부대인 GOP(일반전초) 상공까지 비행했다.

이 무인기는 22일 오전 11시59분에 우리 군 레이더에 처음 포착된 데 이어 오후 6시에도 포착됐다.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불과 30분 앞두고도 무인기를 띄운 것이다.

이 무인기는 24일까지 비행하면서 하루에 1~2번씩 MDL을 침범했다.

북한은 무인기가 처음 포착되기 이틀 전인 20일 오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로 전군에 준전시상태 명령을 하달했다.

이 명령이 하달된 다음 우리 군도 최전방 부대에 '진돗개 하나'와 최고경계태세를 발령해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북한군은 중동부전선 DMZ 인근의 우리 군 병력과 장비 이동 움직임을 정찰할 목적으로 무인정찰기를 띄운 것으로 분석됐다.

기종이 '방현-Ⅱ'로 추정된 이 무인기의 비행 궤적은 우리 군 저고도탐지레이더와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포착됐다.

북한이 중국의 무인비행기(D-4)를 도입해 개조한 이 무인기는 길이 3.23m로, 고도 3㎞, 최대 시속 162㎞로 비행하며 작전 반경은 4㎞에 달한다.

군의 한 관계자는 "미식별 항적이 저고도에서 저속으로 일정하게 포착됐기 때문에 새떼로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육안으로 식별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비행체인지는 아직도 분석이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은 무인기를 포착하자 대공경계태세인 '고슴도치'를 즉각 발령하고 육군의 코브라(AH-1S) 공격 헬기와 공군의 KF-16, F-15K 전투기를 긴급히 출격시켰다.

DMZ에서 남쪽으로 9㎞ 떨어진 비행금지선을 넘어 비행한 헬기와 전투기는 무인항공기를 찾아 나섰지만 육안으로 식별하지는 못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1.5~1.8㎞ 상공에 구름이 끼어 있어서 육안 식별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군은 당시 최고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해당 미상 항적에 대해 적성선포를 하고 공군 전투기와 육군 코브라 공격헬기로 대응을 했다"면서 "레이더에서 탐지와 소실을 반복함에 따라 타격은 제한됐다"고 전했다.

군은 헬기와 전투기에서 기총 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군이 DMZ 상공을 비행하는 무인기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한 틈을 이용해 북한 무인기는 DMZ 북쪽 지역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무인정찰기가 DMZ내 MDL을 넘어 GOP 상공까지 비행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무인정찰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에 대해 "헬기와 전투기를 긴급히 출격시켜 무인 비행체가 DMZ 이남 지역으로 남하하지 못하도록 저지 비행을 했다"고 말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미상 항적을 식별하고 헬기와 전투기를 출격시켰으나 DMZ 상공에서는 정전협정에 따라 사격이 제한된다"면서 "GOP 이남으로 내려왔으면 즉각 대응하려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2㎞ 이내의 DMZ 지역 상공은 우리 영공에 해당하기 때문에 즉각 격파 사격을 했어냐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DMZ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북한 군인이나 장비에 대해서는 즉각 경고사격 내지는 격파사격을 해야 한다"면서 "만약 우리 군이 DMZ 이남지역 상공을 비행하는 북한 무인기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없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