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다음카카오가 살림을 합친 지 1년 만에 사명에서 '다음'을 지우기로 했다. 모바일 드라이브를 강화하기 위해서지만 카카오 중심의 조직 개편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석+] 다음카카오, '다음 지우기' 1년…조직 개편 신호탄?

1일 다음카카오는 '카카오'로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내달 1일 합병 1주년을 앞두고 사명 변경에 나선 이유는 모바일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국내 모바일 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던 카카오를 전면에 내세워 모바일 시대의 주역이 되겠다는 것.

다음카카오 측은 "웹과 모바일을 대표하는 두 회사의 이름을 나란히 표기하는 사명은 기업이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모호하게 하는 측면도 있었다"면서 "모바일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명 변경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명 변경은 오는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임지훈 신임대표 선임건과 함께 확정될 예정이다. 사명 변경과 함께 새로운 기업이미지(CI)도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다음은 PC 포털, 다음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등 서비스 브랜드로 계속 유지된다.

업계에선 사명 변경을 두고 '다음 지우기'의 정점이자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간 다음카카오가 진행했던 다음 서비스 정리의 연장선이자, 카카오 중심의 조직 개편을 위한 예고라는 견해다.

다음카카오는 합병 이후 마이피플, 다음뮤직, 다음클라우드, 키즈짱 등 다음의 서비스를 줄줄이 접은 바 있다.

이와 반대로 카카오택시, 뱅크월렛카카오 등 신규 서비스는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고급 택시 서비스, 모바일 주문 결제 서비스 '카카오오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 모바일 쿠폰 발급 서비스 '카카오톡 타임쿠폰' 등 출시를 예고한 서비스들도 모두 카카오 기반이다.

특히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가 다음카카오 신임 대표에 내정되면서 카카오로 무게 중심이 더욱 옮겨갈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었다. 임 내정자는 구 카카오 시절부터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과 인연을 쌓은 '김범수 라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벤처투자자를 대표로 선임하고 연이어 사명을 변경하는 것은 어찌보면 속도감 있는 다음카카오라서 가능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합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급격한 변화를 맞으면서 내부적으로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직 개편 여부와 함께 이석우, 최세훈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공동대표는 회사에 남아 임 내정자를 돕지만 구체적인 직책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수진 다음카카오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사명 변경을 통해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한 것이니 사업과 서비스도 모바일 중심으로 재정립될 수 있다"면서도 "이미 다음과 카카오의 인력은 섞여 있기 때문에 조직 개편에 대한 얘기는 외부의 시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