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등급별 학교 숫자 및 정원감축 비율 / 교육부 제공
<표>등급별 학교 숫자 및 정원감축 비율 / 교육부 제공
[ 김봉구 기자 ] 교육부가 약 5개월에 걸쳐 진행된 올해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를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대학들을 크게 그룹I(A~C등급)과 그룹II(D~E등급)로 나누고 ‘그룹II’에 속한 32개교(4년제대 기준)에 대해선 각종 재정지원 제한과 정원감축 조치를 취하는 게 골자다.

◆ 등급 따라 대학 정원 차등감축 조치

올해부터 평가 방식이 바뀌었다. 작년까지는 ‘부실대학’으로 통칭된 하위 15%만 가려냈다. 이들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제한됐지만 정작 구조개혁의 핵심목표인 정원감축 효과가 떨어졌다. 때문에 이번 평가에선 A~E등급으로 세분해 등급에 따라 차등적 정원감축을 하도록 했다.

평가 결과 △A등급 34곳 △B등급 56곳 △C등급 36곳 △D등급 26곳 △E등급 6곳의 분포를 보였다. ‘별도 조치’ 5개교, 종교계·예체능계 위주 대학 등 특수성을 감안한 ‘평가 제외’ 대학 29개교도 있다. A등급을 제외한 B등급(4%) C등급(7%) D등급(10%) E등급(15%) 대학은 등급별 정원감축을 권고 받는다. 평가 제외 대학의 경우 평균 수준인 7% 감축 대상에 해당된다.

원칙적으로는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 중이므로 평가 결과에 따라 강제적 감축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교육부는 등급별 정원감축 비율 이행 여부를 수백억원 규모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기로 했다. 대학으로선 ‘정원감축 권고’를 사실상 거부할 수 없는 구조다.

아무래도 ‘낙제점’을 받은 대학들부터 눈길이 간다. 지역거점국립대인 강원대를 비롯해 고려대 세종캠퍼스, 건국대 글로컬(충주)캠퍼스, 홍익대 세종캠퍼스 등 유명대학 분교와 서울 소재 한성대·서경대 등이 D등급을 받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 A등급 34개 대학엔 '자율감축' 권한

<표>구조개혁평가 A등급 대학 명단
<표>구조개혁평가 A등급 대학 명단
평가의 속성상 우는 대학이 있으면 웃는 대학도 있기 마련이다. A등급을 받은 대학들은 정원 ‘자율감축’ 권한을 갖는다. 제반 여건의 우수성을 인정해 정원감축 비율을 별도로 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그룹I에 속한 대학들 명단을 발표하면서 대학서열화를 우려해 각 등급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국에게서 A등급 평가 결과를 통보받은 대학들이 자체 PR에 나서면서 윤곽을 드러냈다.

고등교육정책 전문지 한국대학신문 보도에 따르면 가천대, 가톨릭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군산대, 동국대, 부산가톨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여대, 선문대, 성균관대, 세종대, 순천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영남대, 우석대, 원광대, 이화여대, 전남대, 전북대, 전주대, 중앙대, 충북대, 포스텍(포항공대), 한국외대, 한동대, 한림대, 한양대, 한양대 에리카(안산)캠퍼스 등 34개 대학(가나다순)이 A등급을 받았다.

서울의 주요대학 대부분이 A등급 명단에 든 가운데 서울시립대, 홍익대 등은 파악된 명단에 없었다. 34곳 중 14곳이 비수도권 지방대였다. 거점국립대 중에서도 전남대·전북대·충북대가 A등급을 받은 반면 ‘전통의 강호’ 부산대와 경북대는 명단에 들지 못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고려대·건국대·홍익대 등의 지방캠퍼스가 D등급을 받은 가운데 홀로 선전했다.

전북대는 평가 결과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8년 연속 ‘잘 가르치는 대학’(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 선정에 걸맞게 학생교육 평가항목 전반에서 최고 수준 점수를 받아 A등급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충북대는 “이번 최상위 등급 획득은 지방거점대를 넘어 명실상부 전국 수준 대학으로 발돋움했음을 보여주는 쾌거”라고 자평했다. 영남대도 “100점 만점에 평균 97점 이상을 받아 A등급 내에서도 최상위권 평가를 받았다”고 알렸다.

◆ "낙인찍기보단 자구노력 기회 줘야"

D·E등급에 그친 대학들은 반발이 거세다. 하위 그룹행은 면했지만 A등급을 못 받은 대학 관계자들도 평가 지표와 반영 방식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앞서 D등급 통보를 받은 강원대 신승호 총장은 지난달 28일 전격 사퇴했다. “대학을 지키고자 했으나 평가의 왜곡과 역량 부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책임을 통감하고 총장직을 사퇴한다”는 변(辯)을 남겼다. 역시 D등급으로 분류된 수원대도 보직교수 10여명이 평가 결과에 책임지고 사표를 냈다.

진보적 성향의 대학교육연구소는 논평에서 “교육부가 ‘질적으로 다른 평가’를 표방하며 새롭게 시행한 평가지만 결과를 보면 대체 뭐가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질적 보완을 위해 도입된 정성평가는 현장방문도 없는 면접평가로 대체돼 오히려 ‘부실평가’ 논란을 키웠다”면서 “애먼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낙인찍기와 재정지원 제한 조치가 우선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구조개혁이 불가피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부실대학 낙인보다는 대학에게 자구노력 기회와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또 “학자금대출 제한 등의 조치는 자칫 대학의 잘못을 학생에 전가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강원대 고려대·건국대·홍익대 지방캠퍼스도 'D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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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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