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 9월 코스피가 1,900∼2,000선 언저리를 맴돌면서 크게 오르지도, 그렇다고 크게 내리지도 않는 '박스피'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1일 "코스피가 더 급락할 것 같지는 않지만 상승 동력이 약하다"며 "이런 상태에서 단기 반등을 해도 2,000선을 넘기가 어려워 1,900∼2,000 사이를 지루하게 맴돌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하반기에도 경기가 썩 좋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아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는 게 맞다고 본다"며 "미국 금리 인상 이슈 효과는 이미 시장에 많이 반영돼 실제 인상 때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중국 시장의 움직임은 여전히 큰 변수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신영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허남권 부사장도 "이달 수급 환경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는데 중국 변수로 우리 증시가 덩달아 폭락했다"며 "2,000선이 안 깨질 것이라고 봤는데 1,800 초반까지 내려갈 정도로 시장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대표도 부정적인 증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매크로(거시) 환경을 보면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 시장에서 모두 돈이 빠져나가고 있어 이런 흐름의 반전 없이는 지수 관련주가 오르기 어렵다"며 "아래로 보면 코스피 1,900이 다시 깨질 수도 있다고 보고 위로 보면 2,000을 넘기기가 어려운 지수 상으로 그다지 재미가 없는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요소를 고려할 때 하반기 증시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올해 시장에서 특히 각광받은 중소형주·성장주 펀드 위주의 투자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실제 시장에서는 중소형주 펀드의 인기가 다소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편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6월과 7월 각각 5천747억원, 3천304억원이던 중소형주 펀드의 월간 순유입액은 8월(1∼28일) 1천37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최 본부장은 "상반기 인기를 끌던 섹터(분야)는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이 워낙 커 조심하는 게 좋다고 본다"며 "이제 특정 테마 섹터로 접근하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실적과 전망에 따른 접근 전략이 유효할 때"라고 말했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허 부사장은 가치주 펀드의 전략이 약세장에서도 유효하다는 지론을 폈다.

그는 "기업의 펀더멘털만 보고 투자를 한다는 투자관에 전혀 변함이 없다"며 "과도한 경기 침체 우려 탓에 한국 기업이 제값을 못 받는 상황은 시간에 투자하는 이에게는 유리한 기회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허 부사장은 "최근 주가 하락이 종목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기회를 활용, 보유 기업의 편입 비중을 늘렸다"며 "원화 약세 수혜주인 수출 관련주의 보유 비중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증시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장세 속에서 수익률 눈높이를 낮추되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보수적인 전략을 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산운용사 대표는 "새로운 주도 업종을 찾아내기 어려운 국면"이라며 "성장성 때문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은 종목은 현재 가치가 맞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됐고, 주가가 많이 빠진 대형주도 싸지기는 했지만 이익이 예전처럼 정상화될 가능성 있겠느냐는 물음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다면 성장주 펀드는 이제 전망이 밝지 않고, 가치주 펀드도 실제 가치주를 담은 것이냐는 물음이 제기된다"며 "연말을 앞두고 안정적인 배당주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헤지펀드, 롱숏펀드 등에 관심을 둬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