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맞수' 서경배-차석용, 중국서 손잡았다
국내 화장품업계 맞수 기업인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이 해외 마케팅을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K뷰티 쇼’를 함께 열기로 했다. 세계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을 불러 모으기 위해 손을 잡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한국 화장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중 문화교류에 기여하기 위해 중국 2개 대도시에서 ‘K뷰티 쇼 인 차이나’를 공동으로 연다”고 1일 발표했다.

우선 2일 항저우 쇼핑몰 인타임시티에서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마몽드·이니스프리, LG생활건강은 후·수려한·더페이스샵 등의 브랜드 체험관을 운영한다. 한국식 화장법을 소개하는 메이크업 쇼와 더불어 더페이스샵 모델인 한류 스타 김수현, 라네즈옴므 모델 송재림 씨의 팬미팅도 연다. 이어 5일 난징의 쇼핑몰 완다플라자에서는 중국 백화점과 국내 면세점에서 인기가 높은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LG생활건강 후와 같은 고급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마몽드 모델로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박신혜 씨도 참석해 한국 화장품의 매력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두 회사의 중국법인이 먼저 아이디어를 냈다. 연평균 15%의 고속 성장으로 지난해 30조원 규모에 이른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는 로레알, 에스티로더, P&G, LVMH 등 글로벌 기업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들 업체에 맞서 K뷰티 열풍을 확산시킬 ‘빅 이벤트’가 절실했지만 한 회사가 기획하기엔 힘에 부쳤다는 것이다.

중국법인끼리 협의한 끝에 서울 본사에 보고했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흔쾌히 ‘OK’ 사인을 내리면서 행사 준비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이희복 아모레퍼시픽 홍보실 상무는 “두 회사가 개별적인 브랜드 마케팅에 머물지 않고 한국의 뷰티산업 발전을 위해 교류 기회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업계는 첫 공동 마케팅에 나선 ‘빅2’의 행보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저가부터 고가까지 모든 상품군에서 경쟁하는 두 회사는 서로 깎아내리는 비방전을 벌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우호적으로 협력한 적도 없다. 배정태 LG생활건강 부사장(뷰티사업부장)은 “국내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화장품사업의 해외 진출이 확대된 만큼 외국에선 K뷰티 열풍을 함께 고조시키는 동반자 관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2~4일)에 맞춰 열리는 이번 K뷰티 쇼는 한·중 문화교류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 회장과 배 부사장은 박 대통령과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

두 회사는 1990년대 나란히 중국에 진출한 뒤 꾸준히 시장을 공략해 2010년대 들어서는 큰 결실을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은 2011년 1909억원에서 지난해 4673억원으로 뛰었고, 같은 기간 LG생활건강 매출도 1113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존 주력 브랜드인 라네즈, 마몽드, 설화수, 이니스프리, 에뛰드에 이어 올 들어 아이오페, 려 등도 진출시켰다. LG생활건강도 후, 수려한, 더페이스샵에 이어 온라인몰을 통해 오휘, 숨, 빌리프, 비욘드 등의 판매를 시작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