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북극 외교장관회의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앵커리지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북극 외교장관회의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앵커리지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기후변화 대응정책 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초 온실가스 규제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다음달엔 미세먼지 배출규제 방안을 발표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올바른 정책 방향’이란 평가가 나오는 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제조업체와 석유업체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며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임기 후반의 오바마 대통령이 지나치게 ‘업적(legacy) 쌓기용’ 이벤트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후변화 대응 홍보 위해 방송 출연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 종결과 함께 기후변화 대책을 집권 후반기 핵심 의제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3일에는 미국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32% 줄인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 규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름휴가를 다녀와서도 △라스베이거스 ‘국가청정에너지서밋’ 행사 참석(24일) △‘태풍 카트리나 10주년’ 피해지 방문(27일) △알래스카 ‘빙하 정상회의’ 참석 등 기후변화 관련 일정을 챙겼다. 알래스카에서는 기후변화 대응노력을 홍보하기 위해 NBC방송과 리얼리티쇼도 촬영했다.

◆다음달 미세먼지 규제안도 발표 예정

오바마 '기후변화' 초강수…미국 재계, 강력 반발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오는 10월엔 미국 환경보호청(EPA)을 통해 ‘미세먼지 규제 강화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기중 미세먼지 기준치를 지금의 75ppb(대기중 오염물질 농도 단위, 1ppb는 10억분의 1)에서 65~70ppb로 낮춘다는 내용이라고 NBC방송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은 한 달간 내용을 검토해 10월 초 규제안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재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그 정도로 줄이려면 20년간 적어도 1조1000억달러(약 1137조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하워드 펠트만 미국석유협회(API) 규제담당 이사는 “연방정부가 준비 중인 미세먼지 규제안은 역사상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규제”라며 “이런 방안을 그렇게 빨리 심의해 발표한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재계는 과다 비용은 결국 업계의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오바마가 집권 말기 ‘업적 쌓기용’으로 기후변화 이슈를 몰아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보도했다.

◆기후변화 이슈 추진엔 정치적 목적도

백악관 측은 재계가 주장하는 비용이 과다 추정됐다고 반박했다. 기업의 부담은 166억달러(약 19조6300억원) 수준에 그치는 반면 호흡기질환 예방 등으로 얻게 되는 건강상 혜택은 380억달러(약 44조9300억원)에 달해 전체적으로 실(失)보다 득(得)이 더 큰 정책이라는 것이 백악관의 주장이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데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포석도 깔려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변화 이슈가 부각될수록 환경규제에 반대하는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불리해지는 구도라는 점을 계산에 넣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