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이 모인 부산시 중구 중앙동 ‘또따또가’ 골목을 학생들이 돌아보고 있다. 부산시 제공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이 모인 부산시 중구 중앙동 ‘또따또가’ 골목을 학생들이 돌아보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 중구 중앙동 원도심 4층 건물 지하에 자리잡은 한 극단의 대표 김선주 씨(48)는 올가을 계획했던 연극 행사 전부를 취소할지 고민이다. 건물주가 월 25만원씩 받던 임대료를 내년부터는 10만원 이상 올려 받겠다고 김 대표에게 최근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임대료보다 더 싼 공간을 이 일대에서 찾기 힘들어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임대료 상승에 부산 예술 창작기반 '흔들'
부산 동광동과 중앙동 일대 유휴건물 22개를 빌려 74개 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창작집단 ‘또따또가’의 예술인 300여명이 임차료 고민에 빠졌다. 3년의 임대 기간 만료를 앞두고 올해 말 계약을 갱신해야 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과거 부산 원도심이던 이 일대는 부산시청사 이전으로 침체에 빠졌다가 2010년 유휴건물에 예술인들이 자리잡으면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올해로 설립 6년째인 또따또가는 거리 공연과 마켓,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문화활동, 시민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장르 협업 등 다양한 행사를 벌여 중국 유럽 등 해외 관광객도 끌어모으고 있다. 그런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지역문화브랜드 사업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유명세가 건물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 관광객이 몰려 상권이 활성화되자 예술인에게 장기 임대해준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가 하면 2세대 건물주들은 아예 기존 건물을 오피스텔로 리모델링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기존에 입주한 예술인이 3년 뒤에는 새로운 예술가에게 넘겨줘야 하는 규정이 있어 주변에 새로운 창작공간을 마련하는 데 본격 나선 것도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또따또가는 부산시로부터 창작 공간 1곳당 1년에 500만원의 임대료를 지원받아 이보다 임대료가 높아지면 사실상 또따또가 창작공간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이지숙 원도심 운영지원센터장은 “슬럼가 활성화가 중요한 활동목표 중 하나인데 이제는 임대료 상승 부담 때문에 행사를 줄이려는 예술인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또따또가는 보다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시가 최근 매입한 청자빌딩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건물을 매입해 작가들의 전용 활동공간으로 내주기를 부산시에 요구하고 있다. 지역 예술가들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단이나 전통시장, 해변 등에서 작업공간을 찾고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 등지에서는 아예 건물을 매입해 문화거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부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