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삼성물산의 첫 실험 'IT+패션'
심박수를 측정해주는 셔츠, 스마트폰으로 명함을 전송해주는 슈트, 휴대폰을 충전해주는 가방….

1일 공식 출범하는 통합 삼성물산(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법인)이 첫 번째 행보로 패션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전략상품을 해외 시장에 선보인다. 오는 4~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 3대 IT 전시회 중 하나인 ‘IFA 2015’에 참가해 IT를 결합한 의류·잡화 신상품을 공개한다. 패션업체가 이 행사에 참가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전시공간 안에 부스를 차리며, 윤주화 사장을 비롯한 패션부문 고위 경영진이 현장을 찾아 향후 IT 융합형 패션사업의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이 같은 의욕적인 행보는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 패션의 미래’ 제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이번 IFA에서 전시할 제품은 ‘스마트 슈트’ ‘퍼펙트 월렛’ ‘온 백’ ‘보디 컴퍼스’ 등 네 가지다.

스마트 슈트는 근접무선통신(NFC) 태그를 삽입해 스마트폰과 연동한 남성 정장으로, 손목 쪽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전화 벨소리를 무음으로 바꾸거나 상대방 휴대폰으로 명함을 전송할 수 있다. 퍼펙트 월렛 역시 NFC 태그를 넣은 남성용 지갑으로, 제품을 상대방 휴대폰에 가까이 대면 명함이 전송되는 기능을 갖췄다. 온 백은 배터리 모듈을 내장해 스마트폰 무선 충전이 가능한 여성 핸드백이다. 보디 컴퍼스는 심박수와 호흡을 측정하는 센서를 내장한 셔츠로, 근육의 움직임을 분석해 스마트폰으로 운동법까지 조언해준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며, 이번 IFA에선 시제품만 공개한다.

패션계 불황, ‘IT 혁신’으로 돌파

IFA는 전 세계 1500여개 IT업체들이 참가해 혁신적인 신제품을 선보이는 행사로 미국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스페인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와 더불어 세계 3대 IT 전시회로 꼽힌다. 이 회사의 신권식 상무는 “일반적인 웨어러블 기기가 ‘전자’를 기반으로 한다면 우리는 ‘패션’ 기반 제품으로 차별화해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겐 아직 ‘제일모직’이라는 옛 이름으로 더 친숙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2년간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에 따라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삼성물산’으로 사명이 네 차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국내 패션산업을 대표하는 회사지만 경기침체와 해외 제조·직매형 의류(SPA)의 공세로 실적에도 부침이 많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런 어려움을 ‘IT 결합’과 ‘소재 혁신’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IT 융합형 패션상품 개발을 전담하는 신소재팀을 신설해 그룹 계열사들과 공동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통합법인 출범을 계기로 상사부문의 해외 영업망을 활용해 해외 진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