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청사 화장실 내달부터 보수, 얼마나 낡았길래…55곳 고치는데 100억
행정자치부가 오는 10월부터 약 99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화장실 55곳을 전면 개조한다. 지어진 지 45년이 넘어 노후화가 심각해 보수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 화장실을 고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 5월16일자 A27면 참조

행자부 산하 정부청사관리소는 10월부터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 화장실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총 55곳의 화장실을 보수할 계획이다. 1970년 완공된 서울청사의 화장실은 67개다. 행자부는 이 중 이용자가 적은 지하 1·2·3층을 제외한 55개 화장실을 전면 개조할 예정이다. 환기시설을 교체하고, 화장실 면적을 1.5배가량 넓힌다. 비용은 화장실 1곳당 약 1억8000만원으로, 총 99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그동안 정부서울청사 화장실은 악취가 심하고 프라이버시가 침해된다는 공무원들의 불만이 많았다. 화장실 면적이 좁은 데다 공기정화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냄새가 화장실 내부에 머물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복도에서 화장실 내부 모습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오고 변기의 물 내리는 소리까지 크게 들릴 정도였다. 1967년 정부서울청사를 착공할 때 환기 및 프라이버시를 고려하지 않고 화장실을 만든 탓이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직원들의 이 같은 고충을 전해 듣고 담당 부서에 화장실 전면 개조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실 개조에 99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행자부 내부에서도 적지 않게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직원들의 끊임없는 민원에도 화장실 보수를 미뤄온 것도 이런 논란을 의식해서다.

한경호 정부청사관리소장은 “청사가 워낙 노후화돼 화장실을 개조하는 데 이 정도 예산이 드는 건 불가피하다”며 “향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