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서 화상진료 받고 가족과는 '스마트폰 접견'…확 달라진 교정시설
징역형을 사는 A씨는 출소를 5개월여 앞두고 최근 민간 기숙사 형태의 밀양희망센터로 옮겼다. 바닥장식재 등 소재업체 한국카본에서 일자리를 얻은 A씨는 희망센터에서 묵으면서 숙소 옆에 있는 이 회사에 출퇴근한다. A씨는 스마트폰과 체크카드도 사용한다. 교도관은 낮에는 없고 밤에만 한 명이 와서 불침번을 선다. A씨는 “바깥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다보니 출소한 뒤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기가 다돼가는 모범수를 대상으로 하는 희망센터를 2013년 경남 밀양에 처음 세운 뒤 전국 두 곳에서 운영 중”이라며 “점차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B씨는 최근 복통을 느껴 수용시설 내부에서 종합병원 의사에게 원격 화상진료를 받았다. 외부 병원 방문진료는 신청한 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화상진료는 신속하게 이뤄져 B씨는 불편을 크게 덜 수 있었다. 법무부는 2005년 원격 화상진료를 도입해 지금은 전국 27개 교정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다. B씨는 조만간 외국에 있는 자녀와 스마트접견도 할 생각이다. 수형자가 가족과 스마트폰을 통해 화상접견을 하는 것으로 가족이 어디 있는지에 구애받지 않는다. 31일 법무부는 17개 교정기관에서 스마트접견을 처음 시행했으며 9월에는 35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시설이 달라지고 있다. ‘칙칙하고 험악한’ 분위기였던 교정시설이 점점 현대적인 분위기와 깔끔한 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교정 행정의 패러다임이 ‘사람을 가두는 교정’에서 ‘사람을 바꾸는 교정’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징벌보다는 수형자의 심신을 안정시키고 원활한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많아지고 있다. 시설도 꾸준히 개선돼 수형자 1인당 수용면적은 2003년 1.65㎡에서 2013년 3.4㎡로 10년 만에 두 배로 넓어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건이나 항소심, 상고심이 진행 중인 사건의 당사자들이 주로 수용되는 서울구치소에는 TV가 비치돼 있고, 냉장고와 양변기도 마련돼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박기춘 국회의원 등 장관·정치인 출신과 기업인 등 유명인사가 많아 이른바 ‘범털 집합소’라고도 불리는 서울구치소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이 머무는 곳이어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서울남부교도소와 대전교도소에는 고가 의료장비인 혈액투석기가 설치돼 있다. 서울남부교도소에는 작업장에 위탁업체가 비치한 냉장고도 있어 수형자가 과일이나 음료수 등을 구입해 넣어두고 작업 중 꺼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준 높은 교정행정을 위해 교정공무원 수를 2005년 1만2856명에서 올해 1만5936명으로 늘렸다”며 “심리학 등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직원도 많이 뽑았다”고 말했다.

수형자 집중인성교육도 이런 교정행정 패러다임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집중인성교육은 수형자의 잔여 형기에 따라 35~300시간 동안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인성교육을 하는 것이다. 종전에도 인성교육을 했지만 3년마다 15시간씩만 이뤄지고 내용도 단순해 집중인성교육과는 차이가 났다. 법무부가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6개 교도소에서 집중인성교육을 시범실시한 결과, 교육을 수료한 뒤 출소한 235명의 재복역률은 1.7%(7월 말 기준)로 2013년 전체 수형자의 재복역률(11.6%)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법무부는 올해 초 집중인성교육을 전국 교정기관으로 확대했다.

수형자가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법무부의 주요 교정행정 정책이다. 법무부는 2011년 가족사랑캠프와 가족접견실을 도입했다.

가족사랑캠프는 전문가의 지도 아래 수형자와 가족이 각종 심리치료 등을 함께 받는 프로그램이다. 가족접견실은 소파와 탁자를 놓는 등 집처럼 꾸민 접견실로, 수형자는 이곳에서 한두 시간 동안 가족과 편안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수용자의 교도소 내 의식주, 문화생활, 의료, 교육, 직업훈련, 가족과의 교류관계 등 많은 분야에서 큰 발전이 있었다”며 “국민에게 신뢰와 감동을 줘 ‘믿음의 법치’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