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진 지속 & 중국·미국發 대외 불확실성 상존

7월 산업활동동향이 전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소비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충격을 딛고 일어나는 모습이지만 아직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노후불안 심리 등 내수 부진의 구조적인 요인도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7월째 계속되는 수출 감소세도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같은 대외적인 악재가 금융부문에 미친 영향은 8월부터 점차 실물경기로 전이될 수 있다.

대외적인 불확실성은 소비 및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점도 문제다.

메르스 영향을 완전히 극복하더라도 올 하반기의 경기 흐름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보는 이유들이다.

◇ 메르스 여파 줄면서 소비는 회복세

메르스 사태로 크게 위축됐던 내수·소비심리는 7월 들어 확연히 나아졌다.

31일 통계청의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서비스업생산이 전월보다 1.7% 증가하면서 전체 산업생산이 0.5% 늘어나는 데 기여했다.

특히 6월 메르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9.9%나 감소한 숙박·음식업은 한 달 만에 6.9% 회복세로 반전했다.

소매판매 역시 전달보다 1.9% 늘면서 소비 측면에서도 회복세가 관측됐다.

의복 등 준내구재(7.0%)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1.2%),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0.4%) 판매가 모두 증가했다.

6월 준내구재(-12.1%), 내구재(-1.6%), 비내구재(-1.1%) 판매가 모두 줄며 전체 소매판매가 2011년 2월(-5.8%)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인 -3.7%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매우 뚜렷하다.

그러나 아직 메르스 여파를 전부 떨쳐냈다고 판단할 시점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1년 전인 작년 7월과 비교하면 서비스업 생산은 2.2% 늘어나기는 했지만, 숙박·음식점(-5.4%)이나 운수(-2.2%), 예술·스포츠·여가(-2.8%) 부문에서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보다도 내수 경기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 수출부진으로 하반기 전망 '흐림'…대외 불확실성 여전

수출 부진의 여파로 7월 광공업 생산은 0.5% 감소했다.

제조업(-0.4%), 전기·가스·수도사업(-0.2%), 광업(-10.0%)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광공업 생산이 감소한 것은 전달 2.5%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4.7%로 전달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재고는 0.6% 증가해 생산공장에 재고가 늘었다.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한 129.2%로 2000년대 들어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앞으로도 수출 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는 상황이어서 생산 회복에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불안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문제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다.

중국 정부는 실물 경기와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등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 중국의 경기 경착륙 가능성은 기우라는 지적이 나오고는 있지만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5% 미만으로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4.0%포인트가 떨어지고 경제성장률도 1.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의 재정위기에 이어 중국발 불안으로 회복세를 나타내던 경기가 다시 하락하는 트리플 딥(triple-dip·삼중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늦춰지는 듯했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해서는 9월 인상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재슨홀 연설에서 "물가상승률이 2%로 돌아갈 때까지 긴축(금리인상)을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에 발표될 제조업지수,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 미국의 경제 지표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의 9월 인상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면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 이탈 등 국제 금융시장 불안은 커지고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한국도 이런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확산하면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메르스 여파가 계속 줄어드는 것은 다행이지만 중국 등 대외 악재가 8월부터 반영되기 시작해 경기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대외 악재들이 9월 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세종연합뉴스) 이상원 이광빈 김동호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