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첸나이에 있는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김순신 기자
인도 첸나이에 있는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김순신 기자
지난 21일 인도 첸나이에 있는 현대차인도법인(HMI) 제1공장. 300m 길이의 컨베이어벨트에는 지난달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가 4분마다 한 대씩 생산되고 있었다. 서보신 HMI 법인장(전무)은 “크레타가 출시되자마자 인도 소비자의 주문이 밀려들어 현재 주문량만 3만대가 넘는다”며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있지만 주문을 맞추지 못해 생산라인을 재배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SUV 시장 휩쓰는 크레타 열풍

현대차 크레타 열풍, 인도시장 강타…SUV 판매 1위 질주
크레타는 7월 인도시장에서 6783대가 팔렸다. 인도에서 판매 중인 23개 SUV 차종 가운데 판매 1위에 올랐다. 오세환 HMI 생산관리 이사는 “소비자가 크레타를 지금 주문하면 넉 달은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9월부터 크레타를 중남미 등으로 수출하기로 했던 계획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크레타 열풍, 인도시장 강타…SUV 판매 1위 질주
크레타의 인기 비결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인도에서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SUV시장이 커지고 있다. 인도 SUV 판매량은 지난해 약 55만3000대로 2006년의 22만여대보다 150%가량 늘어났다.

권상대 HMI 경영지원 이사는 “혼잡한 교통상황을 반영하고 늘어나는 여성 운전자를 공략하기 위해 인도에선 거의 없는 ‘자동 변속기’ 모델을 내놓은 전략이 통했다”며 “동급 최고 SUV라는 입소문이 소비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판매 증가에 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라케시 스리바스타바 현대차 인도법인 마케팅판매 담당 부사장은 “HMI는 전통적으로 콤팩트·세단 부문에서 강세를 보였다”며 “크레타 합류로 이제 SUV 부문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HMI는 연산 32만대 생산이 가능한 1공장과 36만대 생산 규모의 2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1공장은 시간당 51대, 2공장은 시간당 53대를 생산할 수 있다. 2공장에선 ‘Xcent, Grand i10’ 등을 생산한다. 생산라인은 크게 프레스, 도장(페인트), 차체, 의장(조립) 공장이 있다.

부속시설로 엔진·변속기, 소재 공장과 부품창고, 주행시험장, 배송센터 등도 갖추고 있다. 오 이사는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HMI의 공장 가동률을 99%까지 높였다”며 “인도 자동차업체들의 평균 공장 가동률(60%)을 크게 앞섰다”고 강조했다.

○자급자족 공장으로 수출 1위 올라

1996년 설립돼 올해로 19년째를 맞은 HMI는 인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1위, 내수시장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시장에 진출한 17개 글로벌 완성차업체 가운데 현대차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현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권 이사는 “HMI는 연구개발부터 철판가공의 프레스, 도장, 엔진장착은 물론 자동차 판매까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형태를 갖췄다”며 “제품 개발에서부터 현지인의 기호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HMI가 가진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인도에서 출시하는 차량에는 평평한 대시보드를 장착한다. 한국에서는 둥근 모양이지만, 인도인들이 자신이 모시는 신상을 놓고 운전하기를 좋아한다는 데 착안해 평평하게 제작한 것이다. 또 경적을 울리는 것이 일반화된 인도 사정을 반영해 클랙슨 강도를 강화했고, 무더운 날씨를 반영해 소형차 뒷좌석에도 에어컨을 기본 사양으로 넣었다.

서 법인장은 “HMI는 세계 77개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기지 역할을 하는 주요 생산 거점”이라며 “크레타 같은 신모델 출시로 현지 시장지배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첸나이=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