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인트] 특허권리 제약 건보법 개정 재고를
정부는 의약품의 특허권 보장과 복제약의 특허 도전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허 내용의 등재, 소송 중 특허권자의 신청에 의한 복제약 판매 금지, 제네릭 판매 독점권 부여가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이 제도 시행 이후 특허권자가 복제약의 판매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면 책임 소재를 특허권자에게 전가하는 규제법안 개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의약품의 지식재산권 관련 특허 소송과 관련된 건강보험법’이다. 이 개정안은 복제약 판매 금지 소송에서 패한 특허권자에게 복제약 출시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차원에서 건강보험공단이 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에서조차 “특허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이유만으로 특허권 남용으로 간주해 불법행위라고 보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할 정도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허의 패소 이유는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의약품 특허소송에서만 패소 시 ‘부당한 행위’라며 해당 제약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 논리다. 또 특허소송에서 패소하면 무조건 건강보험공단 재정에 손해를 입힌 것으로 간주해 이해 당사자인 공단이 또 다른 이해 당사자인 특허 관련자에게 손실금액을 추징하겠다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한 남용행위다.

민법과 공정거래법 등 현행법으로도 권한 남용으로 건강보험공단 재정에 손실을 끼친 특허권자의 부당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 이런 노력 없이 건강보험공단이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면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침해, 과잉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허권자가 복제약 출시를 차단하기 위해 판매 금지 소송이나 신청을 남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이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논리다. 허가·특허 연계제도 도입 후 1758건의 특허심사청구가 접수됐는데 지금까지 복제약의 판매가 중단된 사례는 전무하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은 연말까지 시행되는 영향평가를 따져본 뒤 입법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

○이 글은 본지 8월20일자 A34면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의 기고 ‘국민 약값 부담 외면하는 국회’에 대한 반론입니다.

구형근 < 조선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