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 경제, 창업에 답 있다
한국은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경제 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출산율이다. 지난달 통계청에 따르면 2010~201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평균 1.23명이다. 같은 기간의 세계 평균 2.5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출산율 저하는 이른바 ‘3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청년층)’의 문제가 크다. ‘포기’라는 단어의 이면에 주목해야 한다. 포기했다는 건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미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올 들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4세, 여성 29.8세로 10년 전보다 각각 1.9, 2.3세 높아졌다. 사회 전반적으로 결혼을 위한 준비 시간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답은 무엇일까. 창업이다. 창의적인 기술과 사업계획이 있으면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제조업 성장이 한계를 보이는 지금,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이 선봉이 벤처기업이다. 특히 벤처기업은 청년층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또 창업을 목표를 하는 청년이 많아지면 사교육비가 줄어 장기적으로 출산율 제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한국에도 벤처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대부분 거품 꺼지듯 사라졌다. 물론 엄격한 시장 논리하에서 벤처기업이 살아남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한국의 벤처 열풍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근본적 차이가 있다. 미국은 기업이 ‘빠르고 싸게’ 망할 수 있도록 해 한 번의 실패가 부르는 타격을 최소화했다. 엄격한 기술평가 제도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기존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실리콘밸리가 성장했고 구글과 페이스북이 생겨난 것이다.

지난해부터 한국도 기술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은행이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고 성장을 도운 뒤 상장을 통한 이익을 공유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금융당국도 벤처 투자 실패를 두고 책임을 묻기보다는 은행들이 좋은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정우택 < 국회 정무위원장 wtc2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