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변두리가 늙어간다
서울의 변두리가 늙고 있다. 개발이 안 돼 낙후되면서 젊은 층이 떠나고 소득 수준이 낮은 노인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서울 423개 동 가운데 영등포구 대림2동, 강북구 번3동, 금천구 독산3동 등 변두리 28개 동(6.6%)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노인인구 비율이 80~100% 늘어난 변두리 동도 100개(23.6%)에 달했다. 종로1가동과 여의도동, 대치1동 등 도심 또는 부도심 지역의 노인인구 증가율이 60%를 밑돈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이 28일 통계청의 주민등록인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동들의 공통점은 개발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인구가 급증한 대표적 지역인 중랑구와 강북구의 20년 이상 된 저층주택 비율은 각각 81.0%, 80.2%에 달했다. 주택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같은 외곽지역이지만 재개발이 끝난 은평뉴타운(-15.6%)과 강일지구(-5.8%) 등에서는 오히려 노인인구가 감소했다. 개발과 고령화 속도의 연관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택 노후화는 주택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진다. 경제력이 있는 젊은 층이 생활여건이 나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이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은 변두리로 향하는 이유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나은 서울의 복지를 누리려는 인근 경기지역 노인인구 유입에 따른 ‘복지피난’도 서울 변두리 고령화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변두리의 고령화는 서울 전체의 고령화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노인인구 비율은 2005년 7.2%에서 지난해 12.0%로 67.4% 뛰었다. 같은 기간 9.3%에서 12.7%로 36.5% 늘어난 전국 평균 증가율의 2배에 가깝다. 이같은 서울의 고령화 속도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개발 등 개발이 지체되면서 집값과 임대료가 떨어져 노인들이 모여들고 해당 지역의 청년층 이탈로 이어진다”며 “이는 다시 자산가치 하락과 노인인구 증가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변두리 지역 고령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긴급대책 마련에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서울 변두리의 급속한 고령화와 노인빈곤은 심각한 문제 중 하나”라며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강경민/김동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