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이 심해지면서 기존 세입자들의 전세 재계약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30~40%였던 전세 재계약 비율이 최근엔 단지별로 최고 70%에 달했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밝혔다. 월세 전환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셋집을 찾기가 갈수록 힘들어지자 세입자들이 높은 전세보증금 증액을 감수하면서 기존 집 재계약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약 증가는 전세 물량 부족을 일으키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성동구 마포구 등에서 나오는 임대 물량은 대부분 반(半)전세다. 전세 물량은 상당 부분 재계약이 이뤄져 찾아보기 힘들다.

성동구 성수동 386공인 김창수 실장은 “재계약은 10가구 중 6~7가구”라며 “예전과 달리 요즘 세입자들은 새로 임대할 집을 먼저 찾아본 뒤 지금 사는 집의 이사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사를 결정한 뒤 제때 새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는 낭패를 막기 위해서다. 마포구 성산동 나라공인 김래원 대표도 “최근 세입자는 보증금을 올려주고 재계약하는 게 이사비용도 안 들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집주인도 특별한 문제만 없으면 새 임차인을 구하기보다 기존 거주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구리·용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구리 수택동 조장연 토평주공공인 대표는 “재계약 비중이 70%가량 되는 것 같다”며 “직장이 바뀌거나 자녀 교육문제로 꼭 이사를 가야 할 경우를 빼고는 대부분 기존 집을 재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개업소에서는 전셋값을 감당하기 힘들 땐 지은 지 10년을 넘어 가격이 낮아진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주택 등으로 이사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김 실장은 “최근 한 아파트 세입자는 집주인이 보증금 1억원을 올려 3억원에 재계약하자고 요구하자 근처 빌라를 매입했다”며 “치솟는 전셋값을 견디지 못한 세입자 중 일부는 같은 생활권의 연립과 다세대 주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