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정밀화학이 2차전지 소재사업을 삼성SDI에 넘기고, 대신 자회사 삼성BP화학 지분을 받기로 했다. 수원 전자소재연구단지 내 건물은 삼성전자에 팔기로 했다. 지난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원재료 설비를 삼성전기에 넘긴 것까지 감안하면 삼성정밀화학과 삼성 계열사 간의 관계가 상당 부분 정리됐다.
삼성, 화학사업 구조재편…정밀화학, SDI에 2차전지 소재 매각
이에 따라 삼성이 삼성정밀화학과 BP화학을 매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지난해 화학 4개사 중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한화에 넘겼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전자 금융 등 핵심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성·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매각하거나 분리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해왔다.

화학사업 구조조정

삼성정밀화학은 28일 2차전지 소재사업을 187억원에 삼성SDI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일본 도다사와 합작해 세운 자회사 에스티엠을 통해 2차전지용 양극활물질을 생산해 삼성SDI에 납품해왔는데, 이를 삼성SDI에 넘긴 것이다. 양극활물질은 전지 양극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대신 삼성정밀화학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BP화학 지분 29.2% 전량을 819억원에 사들인다. 이에 따라 삼성정밀화학의 BP화학 지분율은 19.8%에서 49%로 높아진다. BP화학의 지배구조는 영국 BP 51%, 삼성정밀화학 49%로 단순화된다.

삼성정밀화학은 또 수원 사업장 내 전자소재연구단지 건물을 953억원에 삼성전자에 매각하기로 했다. 전자소재연구단지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제일모직 삼성정밀화학 등 전자·소재 계열사가 함께 투자해 2013년 11월 세웠다. 빌딩이 공동 연구를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향후 정밀화학은 협업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작년 6월에도 MLCC 원재료 설비를 311억원에 삼성전기에 넘겼다. 삼성 전자계열사에 납품하는 사업을 하나둘씩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정밀화학의 삼성 계열사에 대한 매출 비중은 1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사업 구조조정으로 삼성SDI는 2차전지 소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정밀화학은 고기능성 화학제품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양사가 서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추가적인 매각 등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SK·롯데 등 관심 가질 것”

삼성은 2013년 2월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를 시작으로 꾸준히 사업 구조조정을 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화학 4개사 중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한화그룹에 넘겼다. 이번 거래로 삼성정밀화학과 BP화학도 매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목화 면화 등에서 나오는 셀룰로스를 원료로 특수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회사다. 건축자재에 쓰이는 첨가제인 ‘메셀로스’, 의학용 캡슐 원료인 ‘애니코트’ 등이 매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국내에서 셀룰로스를 원료로 하는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화학회사는 삼성정밀화학이 유일하다. 일부 제품에서 국내 독점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경우 인기가 높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 석유화학 제품 비중이 높은 기업이나, 고기능성 화학제품(스페셜티 케미컬) 전문기업을 표방하는 기업이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노릴 만한 회사”라며 “SK 롯데 등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BP화학은 의약품, 사무기기 잉크 등을 만들 때 쓰이는 빙초산, LCD(액정표시장치) 제조에 사용되는 초산비닐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가 지분 31%를 갖고 있다. 28일 주가는 1.27% 상승한 3만5850원으로 마감됐다. 시가총액은 9249억원이다.

김현석/송종현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