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대명사' 한진중공업 노조의 변신…"조선사 공동파업 불참"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이 다음달 9일로 예정된 조선사 노조 공동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내 주요 조선사 중에서는 이미 임금협상을 마친 STX조선해양을 제외하면 한진중공업 노조만 불참한다. 2011년까지만 해도 노사갈등의 대표 사례로 거론됐던 한진중공업이지만, 지금은 노사화합의 상징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외욱 노조위원장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선업종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고, 지금의 문제는 파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공동파업에 참여할 이유가 없고, 노사협상 과정에서 별도의 파업을 진행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사상 최초인 조선사 노조 공동파업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7개 조선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대부분 조선사가 참여하는 공동 파업에 한진중공업 노조만 불참하는 배경에는 노사의 상호 신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조선소인 한진중공업은 2008년 이후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일감이 줄면서 생산직 정리해고를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됐다. 갈등은 2011년 극에 달했다. 309일간 이어진 타워크레인 농성을 시작으로 ‘희망버스’ 시위도 이어졌다. 대규모 거리 시위도 여러 차례 벌어졌다.

그해 11월 노사는 극적으로 정리해고 합의안을 타결했고, 이듬해인 2012년에는 ‘정치노동운동 및 투쟁만능주의와 결별하겠다’는 새 노조가 설립됐다. 전체 조합원 701명 가운데 571명이 기존 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를 탈퇴하고 새 노조에 가입했고, 새 노조가 교섭권을 가진 대표노조가 됐다. 당시 김상욱 노조위원장은 선박 발주사들에 ‘납기 준수와 품질보장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고, 조선소에 파견된 실사단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다. ‘뼛속까지 달라지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영도 지역 거리캠페인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2011년 12월부터 시작된 순환 유급휴직도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일감 부족으로 총 750명의 직원 가운데 300여명이 번갈아가면서 휴무에 들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가 살아야 모두가 살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됐다는 것이다.

2013년 7월 한진중공업은 약 5년 만에 수주를 따냈다. 이후 수주물량은 꾸준히 늘었고 지금은 3년치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 3월 휴직자 30여명이 복직한 것을 마지막으로 순환 유급휴직도 종료됐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