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동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지난달 17일 유효기간이 지나 소멸되는 카드사 포인트를 의무 기부토록 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카드사 잡수익으로 처리되는 소멸 포인트를 저소득층 지원 등 보다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소멸 카드 포인트는 연간 1000억원 수준이다.
[맞짱 토론] 신용카드 소멸포인트 자동기부 법제화해야 하나
의무 기부 찬성론자들은 소멸 예정 포인트를 공익기관 등에 기부하도록 하면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나눔 문화를 확산하면서 잊혀진 소비자 권리도 되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소액 기부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대론자들은 신용카드 소멸 포인트 기부 의무화는 항공, 백화점 등 포인트 적립 마케팅을 벌이는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항공사와 백화점, 이동통신사, 외식업체 등도 포인트 적립을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소멸 포인트를 기부하지 않고 있다.

또 카드사들이 포인트 적립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소비자 효용이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멸 포인트 의무 기부는 소멸 포인트를 줄이려는 금융정책 방향과 상반된다는 지적도 있다.

‘신용카드 소멸 포인트 자동기부 법제화해야 하나’를 주제로 김을동 의원과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상 토론을 벌였다.

찬성 / 한해 소멸되는 포인트 1천억 넘는데 기부는 찔끔…카드사 수익만 챙겨

이용자 권리 되찾고 소액기부 정착 기대


[맞짱 토론] 신용카드 소멸포인트 자동기부 법제화해야 하나
얼마 전 자신의 전 재산 2000억원을 통일기금으로 쾌척한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던진 신선한 충격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한 대기업의 경영권 후계 분쟁에 실망했던 많은 국민도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전 재산을 선뜻 내놓은 기업인이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이런 희생과 헌신은 국민에게 무한한 감동을 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부를 통한 나눔 문화가 절실하다. 기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숭고한 행위이며 대한민국의 숨은 원동력이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어려운 이웃과 정을 나누며 서로 돕는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왔다. 이런 전통은 역경 속에서도 우리 겨레를 하나로 묶은 힘이었다.

상부상조의 전통을 현대사회에서 되살리고 나눔 문화를 확산하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카드사의 잡수익으로 처리되고 있는 신용카드 소멸 포인트를 자동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도 카드사들은 포인트 기부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용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카드 포인트를 기부할 수 있는 사이트도 있지만 기부금액이 전체의 1.3%에 불과할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차라리 카드 이용자의 사전 동의를 거쳐 소멸 예정 포인트를 자동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취약계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자동으로 소멸되는 포인트에 대한 이용자의 권리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실천하는 소액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는 의미도 있다.
[맞짱 토론] 신용카드 소멸포인트 자동기부 법제화해야 하나
신용카드만큼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도 없다. 소비자들은 대부분의 결제를 신용카드로 한다. 여신금융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경제활동인구 한 명이 평균 4.6개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다. 신용카드 이용액은 지난해 기준 594조원으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이처럼 신용카드 이용이 늘어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결제금액에 따라 적립되는 포인트 혜택이다. 신용카드 포인트는 결제에 활용할 수도 있지만 적립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카드에 따라 2~3년 만에 소멸되기도 한다. 이렇게 소멸된 포인트는 결국 카드사의 수익으로 돌아간다.

소멸되는 포인트를 공익에 활용하려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신금융협회는 2011년 카드사의 소멸 포인트로 매년 2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금 조성은 단 한 번에 그쳤고 이마저도 20억원 이상이 집행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용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사이 카드사들이 약속을 어기고 수익을 챙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달 발의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은 연간 1000억원씩 소멸돼 카드사의 수익으로 돌아가는 포인트를 자동으로 기부해 취약계층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고 카드 이용자의 권리를 보장하며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려는 것이 법안을 발의한 취지다.

카드 이용자 개개인이 갖고 있는 포인트는 작은 액수지만 이를 모으면 어려운 이웃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상과 가깝지만 소홀히 하기 쉬운 카드 포인트부터 이웃과 나누는 것이 나눔 문화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반대 / 카드사들 포인트 적립률 낮추게 해 소비자 혜택 오히려 줄어들 우려

카드사만 의무기부, 他업종과 형평성 어긋나


[맞짱 토론] 신용카드 소멸포인트 자동기부 법제화해야 하나
지난달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 주요 내용은 카드사가 회원이 기부 요청한 포인트와 유효기간이 끝나 소멸 예정인 포인트에 대해선 신용카드 포인트 관리재단에 기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법률안의 제안 취지는 카드 소멸 포인트의 공익적 활용을 통해 사회 전체적인 효용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멸 포인트 기부가 사회적 효용을 증대시키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소멸 포인트 기부가 바람직한 방향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포인트는 카드사가 카드 회원의 로열티를 높이고 카드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약정에 따라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다. 사용기간이 만료된 카드 포인트는 약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멸 포인트 기부를 법제화하고자 하는 것은 소멸 포인트로 카드사가 혜택을 보고 있다는 시각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카드사는 소멸되는 포인트만큼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소멸 포인트가 카드사에 새로운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카드 회원의 포인트 사용 경험률이 90%에 육박하는 데다 카드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부가적으로 적립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멸 포인트 기부 법제화로 카드사들이 카드 포인트 적립률을 낮추면 그만큼 소비자의 혜택도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소멸 포인트 기부 의무화를 위해서는 포인트 소멸 전 포인트 기부에 대한 회원의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맞짱 토론] 신용카드 소멸포인트 자동기부 법제화해야 하나
둘째, 포인트 적립 서비스는 가장 일반화된 마케팅 방법으로 항공사, 백화점, 이동통신사, 정유사, 외식업체 등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신용카드사 소멸 포인트만 기부 대상으로 법제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와 함께 카드업계는 자체적인 사회공헌기금 조성 및 운영을 통해 소멸 포인트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소멸 포인트를 재원으로 해 2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했으며 지난해 영세 가맹점의 카드 단말기를 IC 단말기로 무료 교체해주기 위해 1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도 마련했다.

셋째, 금융당국은 카드 포인트 사용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는 소멸 포인트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인트 사용처 및 기부처 확대, 잔여 포인트에 대한 문자메시지(SMS) 고지 강화, 고객 탈퇴 이후 포인트 환급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신용카드사의 소멸 포인트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 2003년 이후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포인트 사용 경험률은 계속 늘어나 올해 2분기에는 88.3%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카드사가 회원의 미사용 포인트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액 기부 활성화 취지의 소멸 카드 포인트 자동 기부를 의무화하는 법률 개정안은 소멸 포인트를 줄이고자 하는 금융정책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다. 결국 포인트 사용 활성화라는 금융정책 목표가 달성되면, 신용카드 포인트 관리재단의 자본은 줄어들고 이 법률안의 입법 취지는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도 상반된다.

이렇듯 소멸 포인트에 대한 기부 법제화는 카드사의 포인트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고 카드 회원의 효용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