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시공권 잃은 건설사의 '버티기'
서울의 한 재개발구역에서 재개발조합의 시공사 교체로 시공권을 잃은 한 대형 건설업체가 시공권을 확보한 업체를 상대로 버티기를 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성동구 행당6구역. 지난 5월부터 진행한 철거작업으로 대부분 건물이 사라진 가운데 한 개의 건물만 남아 있다. 올 2월까지 이 구역 시공을 맡았던 동부건설의 현장사무소다. 여기에는 직원 3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부건설은 2002년 행당6구역 시공사로 선정된 뒤 10년 이상 공을 들였다. 지난해 관리처분인가가 나면서 최고 39층 높이의 아파트 1034가구 건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동부건설이 자금사정 악화로 지난해 12월31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소식을 들은 재개발조합은 지난 3월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GS건설로 바꿨다. 법정관리로 위기에 빠진 건설사에 공사를 맡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동부건설은 서울동부지법에 ‘시공사 변경 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그러자 동부건설은 해당 구역의 철거가 시작된 뒤에도 현장사무소 건물을 유지하며 조합을 상대로 76억여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이주한 조합원들에게 지급한 이주비와 지난 10여년간 쓴 각종 운영비 등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한 건설업체 임원은 “하도급업체 등 중소기업은 몰라도 대기업계열 건설사가 현장 사무실을 유지하며 보상을 요구한다는 건 처음 들었다”고 했다.

조합 측은 지난달 동부건설 현장사무소 건물에 대한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조합 관계자는 “해당 건물이 구역 내 변두리에 있어 예정대로 9월 착공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아직 비용정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소송을 제기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보상액에 대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면 철거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오형주/김동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