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경찰의 날이 내 생일이라 말하던 남편…언젠가는 꼭 일어날 거예요"
경기 수원에 사는 황춘금 씨(41)는 회사 일로 바쁜 와중에도 1주일에 두 번은 왕복 세 시간이 걸리는 서울 둔촌동 중앙보훈병원을 찾는다. 병상에 있는 남편 장용석 경장(45·사진)을 만나기 위해서다.

장 경장이 쓰러진 것은 11년 전인 2004년 6월이다. 수원중부경찰서 서호지구대에서 근무하던 장 경장은 길거리에서 발생한 패싸움을 수습하러 갔다 머리를 크게 다쳤다.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그는 눈을 뜬 뒤에도 아내와 자식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식물인간으로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초기에는 병원 입원에만 한 달에 수백만원이 들어 병원비를 내고 나면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당시에는 공상(공무 중 사상) 공무원에 대한 보상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별도 규정이 없어 특진도 못했다. 2006년 3월에는 정해진 병가와 휴직일수를 모두 소진했다는 이유로 장 경장은 면직 처분을 당했다.

황씨는 “‘경찰의 날이 내 생일’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경찰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남편이었다”며 “나라를 위해 일하다 부상당한 남편에게 마땅한 보상을 해주기는커녕 경찰 직함까지 빼앗아가는 국가가 한없이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한 살이었던 딸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됐고, 세 살이었던 아들은 중학교 2학년이 됐다. 막 접어든 사춘기 탓에 방황할 법도 한 시기지만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의젓하다. 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우는 딸을 보면서 “여동생에게 잘해주자”며 오히려 어머니를 위로하는 아들이다.

그렇지만 황씨는 “남편 동료 경찰들의 따뜻한 관심이 있어 외롭지 않다”고 했다. 장 경장이 소속됐던 수원중부경찰서 경찰관들은 수시로 장 경장의 병실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장 경장에 대해 1계급 명예 진급도 시켜줬다. 장 경장의 사연에 안타까움을 느낀 이들이 각계에 호소하면서 공상자에 대한 국가 보상 수준도 2년 전부터 개선됐다.

황씨는 “눈에 익은 경찰 동료들이 자주 병실에 들르면서 남편의 인지능력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며 “지난 11년을 돌이켜 보면 힘든 기억뿐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남편이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산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