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주가 178% 오른 에머슨퍼시픽…고령화 시대, 고급 리조트로 승부수
“고객이 호텔 스위트룸에서 머무는 정도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고급 리조트를 짓는 게 목표입니다.”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사장(사진)은 26일 “한국 사회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레저와 문화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급 리조트 개발과 운영에만 초점을 맞춰 10여년간 한우물을 팠다”며 “현재 분양 중인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과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에 이어 내년 하반기에도 신규 사업지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주가 178% 상승 … 실적 호조

에머슨퍼시픽은 26일 코스닥시장에서 5.26% 오른 3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 주가상승률이 178%에 이른다. 지난 5일 사상 최고가(4만8600원)를 찍은 뒤 최근 변동성 장세에서 최고가 대비 30%가량 하락하기도 했지만 반등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유일의 리조트 개발업체(디벨로퍼)다. 현재 힐튼 남해 골프&스파리조트와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리조트 등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중앙디앤엘과 대명디앤엘은 에머슨골프클럽(충북 진천군)과 세종에머슨 컨트리클럽(세종시)을 운영 중이다. 이 사장은 이중명 에머슨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2004년 코스닥 상장사 엠씨타운을 인수해 사명을 에머슨퍼시픽으로 바꿨다.
올 주가 178% 오른 에머슨퍼시픽…고령화 시대, 고급 리조트로 승부수
이 회사는 올해 실적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 472억원, 영업이익 101억원의 실적을 거둬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1% 늘어난 486억원, 영업이익은 994% 증가한 197억원이었다.

이 사장은 “고급 리조트의 수요층은 부동산 경기와 무관하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만족도에 따라 분양을 받는다”며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의 분양률은 90% 이상이고,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 분양률도 5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분양 매출은 분양률이 아니라 공정률에 따라 인식되기 때문에 리조트 완공 시점까지 실적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봤다.

○고령화 수혜주로 기업가치 재조명

에머슨퍼시픽이 주식시장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고령화사회의 수혜주로 꼽히기 때문이다. 에머슨퍼시픽이 개발, 운영하는 고급 리조트는 고령화사회인 일본과 미국, 유럽 등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정착된 사업모델로 평가받는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레저산업은 저가 상품의 대중화를 거쳐 소수의 고급 리조트 중심으로 재편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한국은 노년층의 평균소득이 일본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부의 양극화가 심하고, 중국인 수요가 국내 레저산업에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급 리조트 시장의 성장성은 높다”고 분석했다.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 시장은 전체 숙박업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만 ‘리조트 트러스트’와 같은 고급 회원제 리조트는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악재로 꼽히는 금강산 프로젝트도 재무부담이 크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에머슨퍼시픽 관계자는 “정치적 이슈로 금강산리조트가 문을 닫으면서 운영수익은 없는데 감가상각비는 계속 발생했다”며 “투자비용의 절반 정도가 감가상각비로 처리됐기 때문에 남북 경제협력 재개 여부와 관계 없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