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찾는 금융그룹] 요동치는 국내외 환경…금융사 변화의 키워드는
금융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대내외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해외에선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 국내 금융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위험 요인들이 많다. 국내의 환경 변화는 더 심하다. 연 1%대 초저금리 기조가 6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각종 금융제도가 동시다발적으로 바뀌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금융+기술)산업 성장에 맞춰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 은행-증권-보험을 아우르는 복합점포가 허용되는 등 금융업역 간 영역 파괴도 한창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동안 국내 시장 경쟁에만 매달린 탓에 금융회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 해외 진출이 미래를 위한 필수 전략이 된 이유다. 경영환경 변화에 재빨리 적응해야 살아남는 시대다. 이 때문에 주요 금융그룹 간 주도권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성장동력 찾는 금융그룹] 요동치는 국내외 환경…금융사 변화의 키워드는
피말리는 경쟁, 변화만이 ‘살 길’

국내 금융그룹 판도는 한 차례 요동칠 전망이다. 우선 하나·외환은행 통합으로 인해 하나금융그룹이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관심을 모은다. 또 KB금융은 최근 매물로 나온 대우증권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다. KB손해보험에 이어 대우증권까지 인수하게 될 경우 KB금융은 총자산, 수익성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1위 금융그룹이 될 전망이다. 신한금융과 농협금융, 우리금융 등 다른 금융그룹들도 수익성 기반 확대와 자산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리딩 컴퍼니’가 되기 위한 금융그룹 간 경쟁은 다른 영역에서도 한창 진행 중이다. 핀테크가 대표적이다. 핀테크는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다. 모바일 기기 확산으로 비(非)대면 채널이 늘어나고,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사업영역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금융그룹들은 핀테크 관련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온라인에서 예·적금 및 펀드 등 각종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대출 및 자산관리까지 할 수 있는 것으로, 정부는 올 연말께 1차 사업자를 선정한다.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KB금융은 다음카카오-한국금융지주와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또 우리금융은 KT-교보생명과 손을 잡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등도 사업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융·복합 영업도 새로운 트렌드다. 과거 은행, 증권, 보험 등 계열사 사업부문별로 따로 영업활동을 했던 것과 달리 최근 주요 금융그룹들은 은행+증권, 은행+증권+보험 등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통합 자산관리시스템 PWM센터를 운영 중이다. 고액 자산가들에게 예·적금 상품 외에 펀드, 주식, 주가연계증권(ELS) 등 토털 자산관리를 해주는 서비스다. 최근엔 보유자산 1억원 안팎의 준(準)자산가를 위한 PWM라운지도 만들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과 삼성증권이 공동 참여하는 복합점포를 세 곳 만들었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은행+증권 형태의 복합점포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성장동력 찾는 금융그룹] 요동치는 국내외 환경…금융사 변화의 키워드는
해외 진출로 승부 건다

금융지주들은 저금리와 핀테크 등에 맞춰 질적 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해외로 진출하려는 금융그룹들의 움직임은 지난해 이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가장 앞선 곳은 우리금융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을 인수합병하는 등 해외 지점망을 18개국, 191개로 늘렸다. 신한금융도 올해 초 신한은행을 통해 인도네시아 BME 등 현지 은행 두 곳을 인수했다. 지주 계열사인 신한카드도 최근 인도네시아 살림그룹의 자회사인 스와달마 파이낸스 지분 50%+1주를 인수했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와 손잡고 중국, 미얀마 등지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엔 미얀마 최대 민간은행인 요마은행과 소매 및 모바일 금융, 농업금융 분야 협력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계기로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2025년까지 해외 부문 이익 비중을 4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BNK금융도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소액 대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 융·복합형 사업, 해외 진출 등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지가 앞으로 각 금융지주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