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시장 불안감 확산 > 주식시장 급락 등 금융시장에 짙은 불안감이 확산된 19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금융시장 불안감 확산 > 주식시장 급락 등 금융시장에 짙은 불안감이 확산된 19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19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최근 ‘4년 박스권(1900~2050)’ 하단인 1915.91까지 떨어졌다. 7월 고점(16일 2087.89)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170포인트나 빠졌다. 증권가는 이번 급락이 일시적인 조정이 아닐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도처에 악재투성이다. 연 2%대의 낮은 경제성장률, 횡보하는 상장회사 이익,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신음하는 제조업, 정부의 경제 리더십 부재,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구조개혁 등이 ‘꿈을 먹고 사는’ 주식시장의 활력을 앗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큰손’들이 먼저 던졌다

[증시 뒤덮는 '경제 비관론'] "탈진한 경제, 희망이 안보인다" 연기금·은행까지 순매도 가세
이달 급락장세의 표면적인 원인은 달러 강세에 따른 외국인들의 이탈이다. 8월 들어 18일까지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액은 1조1185억원에 달했다.

기관은 이 기간 348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매매 형태는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개인에게 금융투자 상품을 파는 증권사(금융투자)와 자산운용사(투신)들은 꾸준히 주식을 사들인 반면 연기금(8월 누적 순매도액 1739억원), 사모펀드(605억원), 은행(762억원) 등은 외국인들과 순매도 행렬에 가담했다. 과거 하락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매수주체들이 앞장서 주식을 팔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큰손’들의 태도가 달라진 요인을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 저하에서 찾고 있다. 과거 박스권 증시 때처럼 지수가 일정 수준의 부침을 보이며 오르내리는 국면이 아니라고 판단, 위험 자산 비중 자체를 줄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주요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중국 경기 침체로 수출 제조업 중심인 한국 경제가 한동안 회복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8월 중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8조5135억원. 11조1762억원이었던 지난 7월과 비교하면 20%가량 거래대금이 줄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심리가 바닥권을 헤매는 상황에서 거래대금이 줄면 적은 매물에도 지수는 큰 폭으로 뒷걸음질친다”며 “지금처럼 거래가 뜸할 때는 지수가 재상승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장품·바이오주의 몰락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무너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는 중국시장 부진 등의 여파로 연일 1년 신저가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증시를 이끌었던 화장품·바이오주는 고평가 논란에 직면했고, 식음료 등 내수주도 투자대안으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 모두 언제 차익실현을 할지에만 관심을 두고 있고, 새로 투자할 종목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종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주가가 4.42% 떨어졌다. 8월 이후로 계산하면 누적 낙폭이 15.81%에 달한다. 바이오주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은 이날 5.28% 하락했다. 서동필 흥국증권 투자전략담당 이사는 “당분간 증시를 주도할 만한 업종이 없는 공백 상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종목의 주가 흐름도 불안정해졌다. 하루는 물론 시간 단위로도 주가흐름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10위 기업인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이날 장중 19만1000원에서 23만900원까지 18%에 달하는 널뛰기 행보를 보였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바이오주처럼 이익 추정치에 비해 주가 수준이 높은 ‘고 PER주(주가수익비율이 높은 종목)’들이 고전하는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주식 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