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주목한 '4대 신기술'을 보면 미래가 그려진다
2025년 회사원 김모씨는 삼성의 스마트워치 ‘기어S 10’을 차고 있다. 진동이 울려 화면을 봤더니 ‘간 수치가 높으니 콩나물 등의 음식을 먹고 저녁에 운동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전날 과음을 하자 스마트워치의 정밀 센서가 이를 인식한 것이다. 오늘 출장을 가지만 충전기를 따로 가져가거나 로밍 신청을 하진 않는다. 스마트워치는 한 번 충전으로 5개월 이상 쓸 수 있는 데다 세계 어디서나 삼성의 인터넷망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꿈같은 얘기지만 삼성전자가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기술들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연구원은 19일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자료를 계열사 사장들에게 배포했다. 여기에 소개된 기술은 △글로벌 인터넷 제공을 위한 초대형 드론 △웨어러블 기기용 초저전력 통신기술 △나노 입자막 △고감도 생체물질 검출용 나노센서 등 네 가지다.

‘글로벌 인터넷 제공 사업’은 이미 페이스북, 구글, 버진그룹 등이 진출하고 있는 시장이다. 아직까지 세계 인구의 3분의 2 정도는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 인공위성, 드론 등을 활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초대형 드론을 이용한 인터넷 공급은 페이스북이 주도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날개 길이는 보잉 737기보다 길고 무게는 자동차 한 대보다 가벼운 드론이 레이저를 통해 인터넷을 공급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초저전력 통신기술’은 웨어러블 기기를 발전시키기 위한 필수 요소다. 스마트워치 등 대부분 웨어러블 기기의 치명적인 약점은 배터리가 빨리 방전된다는 점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한 번 충전하면 5~6개월 사용할 수 있는 초저전력 통신기술이 필요하다. 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최근 초저전력 통신기술을 장착한 반도체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나노 입자막’은 반도체, 의류,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나노입자란 한 단위가 1~100㎚(1㎚=10억분의 1m) 크기인 물질을 뜻한다. 이들을 제어해 일정한 구조를 형성한 것이 나노입자막이다. 나노입자가 가장 잘 활용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다. 전문가들은 나노 입자를 활용하면 단기 저장장치인 D램과 반영구 저장장치인 낸드플래시를 하나로 합한 신개념 반도체의 개발이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생체물질 검출용 의료센서’도 대부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관심을 두는 분야다. 웨어러블이 현재 심박수 정도를 체크하는 수준에서 앞으로 실시간으로 혈당, 간 수치 등을 확인해 주는 ‘주치의’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올초 이스라엘의 의료용 센서업체 ‘얼리센스’에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김현석/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