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투자 '적색 경보'
세계 상업용 부동산시장에 막대한 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큰손’들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상업용 부동산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저금리 기조에 변화가 오면 거품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美 상반기 거래액 36% 늘어

13일 시장조사업체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은 2251억달러(약 264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늘었다.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는 “지금 추세라면 올해 거래액이 2006년 사상 최대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도 비슷하다. 상반기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은 1350억유로(약 176조44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07년 이후 최대다.

이 같은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푼 막대한 돈이 상업용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데다 주식·채권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상업용 부동산을 안전한 투자처로 여기게 됐다. 투자 수익률도 아직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2.2% 수준인데 뉴욕의 상업용 부동산은 연평균 5.7%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각국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자 더 오르기 전에 사놔야 한다는 투자 심리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도 치솟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시카고, 영국 런던, 일본 오사카의 올 2분기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며 “미국 뉴욕과 독일 베를린, 호주 시드니는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실제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지난달 118로 미국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정점에 달했던 2007년(100 수준)보다도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담보대출 디폴트 우려도”

상업용 부동산시장 활황에는 중국 큰손의 영향이 컸다. 과거 중국 투자자들은 미국의 사무용 빌딩 등에만 투자했다. 하지만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와 안방보험 등 중국 기관투자가는 최근 1년간 유럽에서도 47억달러어치 상업용 부동산을 사들였다.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 쇼핑센터와 호텔에 투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2000년대 중반의 부동산 거품을 연상시킨다고 우려하고 있다. 투자금 유입세가 너무 가팔라 가격에 거품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크 고든 라살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리서치 및 전략 부문 대표는 “한때 상업용 부동산 수익률은 연 6~7%대를 기록했지만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올 들어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특정 자산에 과도한 투자금이 쏠리면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끝나면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이와 관련된 담보대출 등이 잇따라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