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 과세 '역풍'…이익 줄어도 배당 급증
올해 30대 그룹의 배당(작년 결산배당과 올해 중간배당의 합)이 지난해보다 2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23% 줄었는데도 배당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대기업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이익을 투자와 배당 확대, 임금 인상 등에 쓰지 않으면 법인세를 더 물리는 ‘사내유보금 과세’가 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경제신문이 30대 그룹(자산 기준·공기업 제외)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공시한 배당총액을 집계한 결과 배당 규모는 10조4970억원(100개사)으로 조사됐다. 전년 같은 기간(8조4477억원)보다 24.3% 늘어났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배당 규모는 지난해 2조1570억원에서 올해 3조734억원으로 9164억원(42.5%) 불어났다. 30대 그룹을 제외한 7개 공공기관의 배당 규모도 6731억원으로 전년(3940억원)보다 70.8% 증가했다. 시가총액 2위인 한국전력의 올해 배당금(3210억원)은 전년(561억원)보다 472%나 늘어났다.

반면 30대 그룹의 당기순이익은 2013년 47조5000여억원에서 지난해 36조4000여억원으로 23.3% 줄었다. 이익이 감소했음에도 기업들이 배당 확대에 나선 이유는 투자 부진과 기관투자가들의 배당 확대 요구,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 제조업체 대부분이 중국과 일본 틈새에 끼여 고전하는 상황에서 투자 대신 배당만 늘리는 것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