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디다스, 나이키 추격 '시동'…시장 점유율 하락에 자구책 마련
세계 2위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에 2014년은 고난의 해였다. 세계 스포츠용품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매출이 8% 하락했다. 매출이 10% 늘어난 경쟁사 나이키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신흥강자 언더아머에 미국 내 3위 자리를 내준 것도 작년이다.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 3월 아디다스는 턴어라운드 계획을 공개했다. 상반기 매출은 다시 늘었다. 기대감에 주가는 올 들어 27% 올랐다. 하지만 완연한 회복세라고 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 미국시장 점유율 한 자릿수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스포츠용품시장의 오랜 라이벌이다. 러시아에선 아디다스가, 중국에선 나이키가 조금 앞서 있다. 하지만 연 909억달러(약 106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시장인 미국에서 아디다스의 점유율은 운동화와 스포츠의류 모두 6%에 불과하다. 나이키는 운동화에서 60%, 스포츠의류에서 31%로 아디다스를 상당한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디다스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던 서유럽시장에서도 지난 3년간 나이키가 급격히 세를 늘렸다”며 “지금은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점유율이 약 12.8%로 비슷하다”고 전했다.

매출 규모 면에선 이미 라이벌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아디다스의 지난해 매출은 145억유로(약 158억달러), 영업이익은 10억유로(약 11억달러)였다. 나이키의 매출은 306억달러로 아디다스의 약 두 배, 영업이익은 42억달러로 네 배가량에 달했다.

○2020년까지 매출 220억유로

아디다스는 올 3월 자구책을 발표했다. 세계 주요 대도시에서 마케팅을 강화하고 여성에 맞춘 스포츠용품을 개발해 2020년까지 매출 220억유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스타 선수들을 광고 모델로 적극 기용해 젊은 층의 눈길을 사로잡는 나이키식 전략도 받아들였다. 아디다스는 미국 미식축구리그(NFL)와 미국프로야구(MLB) 등에 소속된 유명 운동선수 500여명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미국프로농구(NBA) 2014~2015시즌 MVP인 제임스 하든과 최근 계약기간 13년에 2억달러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소비자는 유명 운동선수들이 입은 옷과 신발에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아디다스의 올 상반기 미국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8% 늘었다. 아디다스는 “미국 경기가 탄탄한 회복세를 보인 덕을 봤다”고 설명했다.

○골프사업 침체 등 이겨내야

하지만 넘어야 할 고개도 많다. 아디다스의 미국 내 영업이익은 상반기 800만유로(약 102억원)에 그쳤다. 작년 상반기의 4200만유로에서 80.9% 급감했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탓이다. 폴 스윈랜드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아디다스의 강점은 뛰어난 기능성에 있다”며 “마케팅에 의존해 유행을 쫓는 방식은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골프사업 매출은 2분기에만 26% 떨어졌다. 아디다스는 1997년 테일러메이드, 2008년 애시워스, 2012년 아담스를 차례로 인수했지만 골프 인기가 시들해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쟁 심화로 아디다스의 점유율이 쉽게 늘어나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있다. 주잔나 푸츠 베렌베르크은행 애널리스트는 “스포츠의류시장의 무게중심이 언더아머와 푸마 등의 신흥 업체로 이동하고 있어 아디다스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