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미국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공장 설립이나 인수합병 등을 이유로 지난 5년간 미국에 투자한 금액만 460억달러(약 53조82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을 대표하던 섬유업체가 미국 동부지역으로 많이 건너간다고 한다. 임금과 물류비 정부 규제 등으로 중국에선 더 이상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게 이들 기업의 설명이다. 20세기를 풍미했던 제조왕국 미국의 재등장이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제조업의 생산원가가 낮아진 결과다. 지난달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분석한 ‘2015 25개국 제조원가지수’를 보면 미국 제조업의 생산원가(100)는 이들 국가에서 중국(97)에 이어 2위다. 한국(104)보다 원가경쟁력에서 훨씬 뛰어나다. 당장 임금이 안정적이다. 올해 초 기준 생산성연계 임금은 시간당 23.8달러로 영국(27.1)이나 네덜란드(27.8)보다 훨씬 낮다. 변동 폭도 거의 없다. 자동화가 많이 도입되고 있는 것도 큰 이점이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인한 저렴한 에너지 가격도 제조 원가를 떨어뜨리고 있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와 유럽의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제적 가격 변동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에너지를 자국에서 구입하면서 물류 비용 또한 낮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에 대한 각종 서비스와 편의를 다하려는 주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큰 힘이다. 기아자동차 조지아공장의 경우 조지아주정부가 직접 공장 인근에 연수원을 세워 숙련공들을 키운다. 이들의 교육비는 주정부가 담당한다. 공장 부지도 제공하고 도로 정비나 교육시설 관리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세금도 우대한다. 사원들은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 일한다. 생산성은 한국보다 높은데도 임금은 한국보다 낮다. 기업들이 미국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달러 강세로 미국 제조업이 다시 기울 것이라는 기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주장조차 통하지 않는다. 제조 기지로서의 미국의 부활은 놀라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