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빛을 내는 실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실로 옷감을 짜면 OLED TV 수준의 화면 밝기를 내는 섬유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최경철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팀은 스마트폰과 OLED TV에 사용되는 빛을 내는 물질을 가는 실에 입혀 세계 최고 성능의 OLED 실을 만들었다고 5일 발표했다.

OLED는 외부 빛이 필요한 액정표시장치(LCD)와 달리 전기만 가하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최근 TV와 스마트폰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구부러지는 특성이 있어 휘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도 활용되고 있지만 원통이나 실처럼 만드는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번에 개발한 빛을 내는 실은 스스로 빛을 내는 OLED를 평면이 아닌 실 모양으로 가늘게 만든 형태다. 연구팀은 옷으로 짤 수 있을 만큼 가늘게 만들기 위해 굵기가 머리카락 정도인 100㎛(1㎛는 100만분의 1m)의 가는 실을 빛을 내는 유기발광 물질에 담갔다가 꺼냈다. 실에 묻은 유기발광 물질의 두께가 수십㎚(1㎚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해 눈으로는 사실상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연구에 사용된 실은 코오롱글로텍이 만드는 페트병용 섬유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이런 방식으로 3㎝ 길이의 유기발광 실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실험한 결과 이 실로 옷을 짜면 기존 OLED TV 수준의 밝기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 팀은 앞서 완성된 천에 유기발광 물질을 입혀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실을 이용해 처음부터 천을 짜 옷 표면이 디스플레이가 되는 웨어러블 장치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OLED TV의 수명이 3만시간인 데 비해 실이 빛을 내는 수명은 아직 짧고 효율도 떨어진다”며 “성능을 개선하고 대량생산 공정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면 머지않아 상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